[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미국이 한국의 핵연료추진잠수함(핵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적 공간 마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의 대중 수출까지 감소했습니다. 외교에 이어 경제 분야까지 '중국 딜레마'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에 맞서 새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핵잠·주한 미군 역할까지…중, 강력 반발
중국 관영 영문 매체인 <글로벌타임스>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핵잠 건조가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미국의 기대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해당 매체는 "미래의 한국 핵잠이 중국 대응을 위해 활용되는 일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언급한 한·미 해군 작전 책임자의 최근 발언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한국을 더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미 양국의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공개되면서 핵잠 건조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국의 팩트시트에는 중국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역내 위협에 대한 재래식 억제 태세의 강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안정 강조 △일방적 현상 변경 등이 담겼습니다. 이중 일방적 현상 변경이라는 표현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전해집니다.
한·미 양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동맹 현대화 방향도 명확히 했습니다. 한·미 동맹이 북한을 비롯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견제하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동북아시아 전체로 확대할 것을 명시한 겁니다. 앞서 미·중은 무역 갈등을 일시 휴전을 통해 꼬인 실타래를 풀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대만에 전투기 부품 판매 계약을 승인하며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고 동맹국과 전략 자산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됩니다.
이와 관련 중국은 전날 장샤오강 중국 국방부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일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 등 양국 관계의 주요 성명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중국 내정에 거칠게 간섭하고 중국 주권과 안전, 이익을 훼손하며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의 반발은 한국의 외교 방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계 복원을 위한 물꼬를 텄습니다. 하지만 핵잠 건조 등을 통해 미국과 밀착 관계를 형성, 중국과 완전한 관계 회복까진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최근 다시 미·중 갈등이 격화함에 따라 선택 요구가 심화하며 한국의 외교적 공간 마련도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30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대중 수출 연속 감소…전문가 "실용적 관점서 대응"
외교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 딜레마' 영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관세청이 발표한 '2025년 10월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대중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2% 감소했습니다. 중국이 수입으로 충당해오던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수출 감소는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매출 상위권 1000대 기업 대상·200개사)를 통해 대한민국 10대 수출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경쟁력이 5년 뒤인 2030년에 중국에 모두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한국 기업의 분야별 경쟁력(현시점 기준)을 100으로 삼았을 때 중국은 △철강(112.7) △일반 기계(108.5) △이차전지(108.4) △디스플레이(106.4) △자동차·부품(102.4) 등 5개 업종에서 이미 한국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내 기업은 자동차 분야에서도 이미 중국에 뒤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밖에 많은 기업들은 △반도체 △전기·전자 △선박 △석유화학·석유제품 등에서도 5년 뒤에는 추월당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국내 기업 중 62.5%는 최대 경쟁국으로 중국이라고 답했는데요. 중국의 우위 발생 요인으로 가격, 생산성, 정부 지원, 전문 인력, 핵심기술 등을 꼽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외교와 경제 모두에서 중국을 '적'으로 보지 않고, 구조적·실용적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한국이) 외교·경제 모두에서 '실익 없는 과도한 과시'는 피하고 전략적 인내와 내부 조율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외교적 긴장은 최소화하고, 경제적 경쟁력은 미래 신산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핵잠·주한미군 강화는 북핵 대응 목적이며, 중국에는 실용적·합리적 설명 수준으로 대응하고,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 구조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는 중국의 수입 대체와 경쟁 심화 때문"이라며 "앞으로 핵심 중간재를 중심으로 수평적 분업 구조를 활용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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