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SK온, 비배터리로 버티는 재무…기업 정체성 흔들리나
유증·합병으로 단기 유동성 개선
비배터리 사업 비중 본업 역전
다른 사업 추가로 손실 보전 모양새
2025-11-21 06:00:00 2025-11-2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9일 15:1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온이 본업 경쟁력 약화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근본적 체질 개선보다 ‘재무구조 유지’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SK엔무브 등 비배터리 사업 편입으로 현금흐름은 완충되고 있지만, 외부 자본 조달과 비배터리 사업 흡수 등 조직 확장을 통해 적자를 상쇄하는 방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SK온의 기업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계열사 합병으로 재무구조 개선
 
19일 SK온의 올해 3분기 누계 잉여현금흐름(FCF)은 -2조111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8조2374억원) 대비 적자폭이 6조1258억원으로 크게 줄었지만, 이는 본업인 배터리 사업 실적 개선보다는 투자 축소와 합병 효과에 따른 일시적 개선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온의 생산능력(CAPA)은 2021년 40GWh에서 올해 112GWh로 확대됐다. 하지만 전방산업 수요 둔화로 주요 공장 가동률이 목표치를 밑돌면서 고정비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조기 종료 가능성 등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며 완성차 발주 전략이 보수적으로 변했고, 유럽은 중국산 배터리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져 한국 배터리업체의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은 환경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에 지급되는 AMPC 규모가 줄어들면 SK온의 현금창출력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올 3분기 AMPC 보조금을 반영한 조정EBIT 마진이 –0.2%로 전년 동기 대비 16.2%포인트나 개선된 점은 이러한 사실을 더욱 상기시키고 있다.
 
현금창출력은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온의 올 3분기 영업현금흐름은 469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이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SK엔무브 등 정유·윤활기유 계열사 합병 효과가 핵심 원인이다. SK엔무브의 연결 편입만으로도 전사 영업현금흐름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늘어난 비배터리 사업에 '주객전도' 지적
 
실제 전사 관점에서 보면 비배터리 사업 비중이 과반을 넘어섰다. 윤활기유·정유 트레이딩·석유제품 사업 편입으로 배터리 적자 국면에서도 일정 수준의 현금창출 기반이 유지되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투자업계에서는 SK엔무브가 EBITDA 변동성 완화와 재무레버리지 개선에 기여하면서 SK온의 단기 신용도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이처럼 비배터리 사업 비중이 본업 비중을 역전하며 SK온의 배터리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3분기 기준 SK온의 배터리 사업 매출은 1조8079억원으로 석유사업(12조6885억원) 매출에 크게 뒤처진다. EBIT의 경우 -2979억원을 기록, AMPC 보조금으로 1731억원을 보전 받으며 -1248억원으로 조정됐다. 여기에 석유사업 EBIT 1417억원이 더해지며 겨우 최종 EBIT 169억원으로 겨우 적자를 면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본업에서 이익 창출이 어려우니 계속해서 다른 사업을 끼워 넣어 손실을 메꾸는 모양새”라며 ”SK그룹이 분리막(SK아이이테크놀로지), 동박(SK넥실릭스) 계열사를 통해 주요 배터리 소재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배터리 외 색채가 전혀 다른 사업들을 떼어다 붙이는 형태의 경영이 향후 회사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SK엔무브 같은 경우 액침냉각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열폭주 등에 민감한 배터리 업계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야"라며 "단순히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했다고 보기 보다, 사업 시너지 효과와 함께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의 합병"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도 지속해서 악화하는 모양새다.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00.9%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 198.5%보다 소폭 증가했다. SK엔무브 실적이 4분기부터 온전히 반영될 경우 부채비율은 192.5% 수준까지 추가로 감소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합병 효과를 통한 단기 개선일 뿐, 배터리 본업의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재무부담 해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SK온은 계열사 합병과 더불어 외부 자본 확충을 재무건전성 방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회사는 2021년 배터리 자회사로 분할 신설된 이후 약 10조원 넘는 자금을 조달해왔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유상증자를 통해 이뤄졌다. 여기에 영구채 발행과 합작회사(BOSK) 자본납입까지 더해지며 외부 자본 확충 의존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한편 SK온은 최근 1년 8개월 만에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발행규모를 1000억원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당초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고자 했지만, 이 같은 계획을 수정하고 발행 규모를 1000억원으로 줄였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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