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장비 굴기에 구매 차단 나선 미국
미 하원, 중 반도체 장비 구매 규제
중, 공정 연구 집중해 ‘탈 EUV’ 속도
“단기간에 격차 좁혀지진 않을 것”
2025-11-21 13:37:01 2025-11-21 13:37:02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미국 하원에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의 중국산 칩 제조 장비 구매를 차단하는 초당적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중국은 잇단 첨단장비 수출 통제에 반도체 장비에서도 기술 굴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양국이 벌이는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반도체에서 반도체 장비로 옮겨가면서 한층 격화하는 모습입니다.
 
미국과 중국 국기와 반도체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공화당 소속 제이 오버놀트 미 하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조이 로프그렌 의원은 20일(현지시각) 해당 내용을 담은 ‘반도체 장비법(Chip EQUIP Act)’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은 노광장비와 웨이퍼 절단 장비 등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장비를 포함하며, 중국 외에 이란, 러시아, 북한 등의 장비도 제재 대상에 포함됩니다. 다음 달에는 미 상원에서도 해당 법안을 발의할 계획입니다.
 
다만 이 법안은 미국이나 동맹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장비는 정부 차원에서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고, 칩스법 보조금 수혜 기업이 미국 외 국가 공장에 반입하는 장비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은 중국으로 장비 수출을 제한당해 매출 감소 및 연구개발(R&D) 투자 능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습니다. 특히 칩스법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이 보조금을 중국 장비 구매에 사용하면서 문제가 더 악화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반도체 장비에 496억달러(약 73조원)를 투자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수치로, 전체 국가 중 가장 큰 투자 규모입니다. SEMI는 “중국은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와 정부의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시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고 분석했습니다.
 
클린룸에서 ASML 직원들이 노광장비를 생산 중인 모습. (사진=ASML).
 
중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로 불리는 장비 업체 나우라는 지난 2023년 매출액 기준 글로벌 8위로 10대 장비사에 올랐습니다. 지난해에는 6위로 상승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나우라의 경쟁사인 중국 AMEC은 올해 1~3분기 R&D에 전년 동기 대비 63% 많은 25억2300만위안(약 5217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특히 심자외선(DUV)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국산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노광장비는 5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의 핵심인데, EUV 노광장비의 경우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1년 화웨이의 내부 연구조직 ‘싱광 엔지니어 프로젝트팀’ 인력들이 설립한 기업 사이캐리어(SiCarrier)는 5나노 이하 공정을 위한 DUV 장비를 개발 중입니다.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는 반도체 장비 기업 위량성과 함께 DUV 노광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울러 3D D램 등 고성능 공정에 집중해 중국의 ‘탈 EUV’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지난 20일 한중의원연맹 연구용역 결과 보고회에서 “5년 뒤 EUV가 필요 없는 공정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지금의 기술 격차는 순식간에 좁혀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굴기가 중국 내부 시장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데다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따라잡긴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전 소장은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내수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투자 규모를 늘려 추격에 나서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중국 장비의 신뢰성이나 기술 수준이 단기간에 글로벌 톱 티어 수준으로 올라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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