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이 '민생범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가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상위 부처인 금융위원회 영향력을 벗어나는 것이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과거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 출범 이후 금감원 자본시장 특사경 기능이 위축됐던 전례가 있는데요. 사건 선정과 수사 개시 과정에서 '금융위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경우 특사경 실효성이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지수사권' 부여 관건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협의체를 꾸리고 인지수사권 등 금감원 특사경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협의체에는 금융위, 법무부, 금감원 등 유관기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사경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의 범죄 수사를 위해 행정기관 공무원에게 제한된 수사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금융 분야에서는 자본시장 허위공시·부정거래, 대규모 불완전판매 등 조직적 피해 사건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금감원은 내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민생금융범죄 대응 전담 조직과 특사경 인력 운용 체계를 정비하고, 금융범죄 초기 대응과 피해 구제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쟁점은 금감원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할지입니다. 인지수사권은 특사경이 자체적으로 범죄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합니다. 금융위 자조단 내 특사경에는 인지수사권이 있으나, 금감원은 권한이 없어 직접 인지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수 없습니다.
특히 자조단이 자본시장 관련 조사 컨트롤타워로 자리잡으면서, 금감원 자본시장 특사경은 사건 선정 단계부터 금융위와 협의해야 하는 구조에 놓였습니다. 금감원 특사경의 신속한 수사 착수나 독자적인 사건 발굴 기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민생범죄 특사경 지휘·협의 구조가 과거와 다르지 않다면 실제 기능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민생범죄 특사경의 본래 목적이 서민 피해 최소화와 현장 대응력 강화에 있는 만큼, 사건 선정권과 조사 착수 단계에서 실질적인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에서는 유사기관 간 중복 수사와 자의적 판단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정 장치는 불가피하다며 공조 체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그간 금감원 인지수사권에 꾸준히 반대해 왔습니다. 금융위는 금감원에 감독 집행을 위탁한 상위기관이기도 합니다.
금융위는 피의사실 공표나 보복성 수사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에게 과도한 수사권을 주면 국민의 법 감정에도 역행할 수 있다고 봐왔습니다. 지난달 19일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특사경 도입을 두고 두 기관의 입장차가 감지됐습니다. 금감원은 금감원 특사경 인지권한 확대를 요구했고 금융위는 제도의 취지를 이유로 들어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인지권한 확대 방안을 검토해라"며 금감원의 손을 들었다.
금융감독원 민생범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입장차가 발생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왼쪽은 이찬진 금감원장. (사진=뉴시스)
다만 현재는 금융위 내부에서도 기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업무보고에서 직접 특사경 권한 확대를 검토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특사경 권한 확대에 대해 주문한 만큼 예전과 같은 반대 기조를 그대로 갖고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금감원 수사권한에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강력한 행정 감독 권한에 형사 인지수사권까지 결합되면 오남용에 대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자본시장 특사경 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민생 특사경 도입의 법적 근거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사법경찰직무법)' 개정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법안은 아직 발의되지 않은 상태로, 범부처 협의 사안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권한 범위와 책임 구조를 두고 찬반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부처 간 경쟁의 근원이 공소 제기 건수 등에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어 피해자 구제와 소비자 불편 해소 등을 성과 지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금감원 특사경 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다른 공기관의 특사경 확대 법안들이 법사위를 통과하고 있다"며 "협의체 논의를 바탕으로 성과관리 방안 등을 포함해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생범쥐 특사경 운영이 이재명정부의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감원 민원분쟁조정 자문위원을 지낸 한 교수는 "민생범죄 특사경은 금융위 그림자를 벗어났다는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사건 선정 기준과 개입 범위를 명확히 공개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인지수사권 확보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사진은 금감원 산하 자본시장 특사경이 지난 2019년 9월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선행매매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자료 등을 차량에 싣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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