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등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캐나다 캘거리대 군사·안보·전략연구센터에서 캐나다 전문가들과 국제 및 한-캐나다 국방·북극 안보 관련 심층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문근식)
1월22일, 캐나다 오타와에 머물며 이 글을 쓴다. 며칠 전인 19~20일 캐나다 민간 연구기관의 초청으로 학술교류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회의장에서 오간 토론도 의미 있었지만, 이번 방문에서 더 강하게 다가온 것은 캐나다 사회 전반에 형성된 '잠수함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한국 내부의 관심을 넘어, 캐나다 현지에서도 잠수함 도입 사업이 이미 군사 조달을 넘어선 국가 전략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느껴졌다.
그 상징적인 장면은 의외의 장소에서 마주했다. 캘거리 국제공항 라운지 대형 화면에 한국
한화오션(042660)의 잠수함 홍보 영상이 자연스럽게 상영되고 있었다. 방산 기업의 홍보물이 일반 공항 공간에서 노출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업이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 캐나다의 미래산업·안보 전략과 직결된 프로젝트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만 감지되던 ‘잠수함 열풍’이 이미 캐나다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었다.
한국은 현재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을 앞두고 세계적 강국과 다시 한번 맞붙고 있다. 상대는 흔히 '세계 디젤잠수함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독일이다. 한국은 과거 독일로부터 설계·건조 기술을 배워 성장해왔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추격자의 위치에 있지 않다. 성능과 신뢰성 측면에서 양국 잠수함은 이미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장거리 작전과 대양 운용 능력에서는 한국 잠수함이 오히려 우수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런 경쟁력은 실전 수주 경험으로도 입증됐다. 2011년 인도네시아 잠수함 3척 수출 사업에서 한국은 최종 경쟁에서 독일을 꺾고 승리했다. 잠수함이라는 플랫폼 자체만 놓고 본다면, 캐나다 사업 역시 충분히 경쟁해볼 만한 사안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 방산 시장의 승부 공식은 분명히 달라졌다. 지난해 폴란드 잠수함 수주 경쟁에서 한국과 독일이 모두 탈락한 이후, 잠수함 수출은 더 이상 '무기 대 무기'의 경쟁이 아니다. 구매국이 보는 핵심은 산업과 경제, 그리고 장기 국가 전략에 어떤 구조적 효과를 가져오느냐다. 잠수함 수출은 이미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대 국가의 종합 대결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번 오타와 체류 중 만난 한 유력한 전직 캐나다 정부 고위 인사의 발언은 이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현재 공식 직책은 없지만, 여전히 정책 네트워크와 여론 형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그의 말은 명확했다. "캐나다가 잠수함을 도입하면서 함께 봐야 할 것은 자동차, 철강, 조선, 그리고 에너지다." 이 네 분야는 지금도 캐나다 정치·경제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는 핵심 산업이며, 잠수함 사업 역시 이 구조와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 문제에 대한 그의 언급은 한국의 안보 현실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과 동남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이 말라카 해협을 통과한다. 만약 이 해협이 군사적 충돌이나 지정학적 위기로 봉쇄될 경우, 한국의 에너지 수급과 국가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경제 문제가 아니라, 해상교통로와 군사력, 외교가 결합된 총체적 국가안보 과제다.
이 지점에서 캐나다의 의미는 각별해진다. 캐나다는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미국에 공급해왔다. 만약 한국이 캐나다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면, 이는 말라카 해협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국가 에너지 안보의 지평을 넓히는 선택이 된다. 더 나아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캐나다산 에너지는 한국 제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국가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 전직 고위 인사는 "에너지는 안보이자 외교이며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잠수함 협력을 매개로 조선, 철강, 자동차 산업 협력은 물론 에너지 파트너십까지 연계할 수 있다면, 이는 캐나다를 돕는 선택이자 동시에 한국의 장기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된다.
결국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의 본질은 분명하다. 잠수함의 성능은 기본 조건일 뿐이다. 해상교통로 위기 속에서 에너지 안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산업과 공급망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국가와 전략적 신뢰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 해답을 요구받고 있다. 오타와에서 체감한 현지 분위기는 분명하다. 캐나다는 더 이상 ‘판매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안보와 산업, 에너지를 함께 설계할 전략 파트너를 찾고 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한국이 그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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