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논의 첫발부터 삐걱…표면은 '정체성', 이면은 '지분'
민주·혁신, 공천 수싸움 '시작'
당명 변경·당직 배분도 '쟁점'
2026-01-27 17:42:31 2026-01-27 17:54:25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된 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 논의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장례 절차가 시작되면서 합당과 관련한 공개 논의가 중단됐지만, 양당 내부적으론 적잖은 파장이 계속되는 모양새입니다. 표면적으론 양당이 합당 이후 고유한 정체성과 DNA를 유지하기 위해 갈등을 빚는 듯 보이지만 실제론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지분'을 둘러싼 수싸움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공천 지분 외에도 당명 변경과 당직 배분 등 합당을 위한 돌발 과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해 11월26일 국회에서 면담을 나누기 전 기념 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명·공천부터 당직자 승계까지…곳곳에 합당 '돌발 과제'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당은 이 전 총리의 장례 기간(27~31일) 동안 애도 기간을 갖기로 하면서 합당과 관련해 직접적인 발언은 삼갔습니다.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정 대표의 독단적 당무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던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도 합당에 대해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각종 라디오 인터뷰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합당에 대한 양당 의원들의 발언이 터져 나왔습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흡수 합당론'에 대해 "무례한 일방주의라고 느꼈다"며 "상대 당에 대한 어떤 존중이 없이 일방주의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상당히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지난 25일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에 조국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전날에 이어 이날도 서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겁니다.
 
같은 당 차규근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조국혁신당이 대표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사회권 선진국과 정치개혁에 관한 의제들"이라며 "민주당이 이 의제들을 수용할 경우 합당에 동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른바 '조건부 찬성' 입장인 겁니다. 특히 현재 조국혁신당 내부에서조차 민주당과의 합당과 관련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는데요.
 
조국혁신당을 비롯해 민주당까지 공개적으로 자당의 정체성과 가치 유지를 강조하면서 합당에 대한 기싸움을 펼쳤지만, 사실상 양당의 지분 경쟁이 합당 논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체로 당명 변경과 6·3 지방선거 공천 문제, 당직자 고용 승계 등 양당의 지분 논의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전·충남 통합시장 선거에 출마한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분 요구를 하나도 하지 않겠다'는 등 갈등 요인이 아예 안 생긴다면 합당할 수 있겠지만, 절대 그런 일이 없기 때문에 지금 걱정들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장 경선 룰이나 감점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어마어마한 갈등 요인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혁신당, 호남 출마자들 고심…합당 시 혼란 '불가피'
 
실제 합당 논의에 들어가면 당명과 양당이 표방한 정책 등에 대한 반영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특히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 합당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에서 양당이 벌이는 기싸움이 치열할 전망인데요. 당장 광역단체장 선거와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에 수도권이나 호남권 공천권의 일부를 보장하는 문제가 지분 논의의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경선을 한다고 해도 가산점을 포함한 경선 룰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문제입니다. 특히 정청래 대표의 경우 공천 배제(컷오프)를 통한 전략 공천보다는 경선에 무게를 두고 있어 무엇보다 경선 룰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지방의회 비례대표의 경우, 조국혁신당 후보를 당선권 순번에 배치하느냐 여부가 쟁점으로 꼽힙니다.
 
조국혁신당은 당장 호남 지역 출마자들의 반발에 대한 고심이 깊습니다. 이들은 조국혁신당의 이름을 내걸고 일찌감치 자신을 알리는 데 나섰지만, 민주당과 합당된다면 순식간에 처음부터 선거 준비를 해야 할 상황에 처하는데요. 만약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한다면 선거 준비에 쓴 돈을 일절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호남 지역에서 조국혁신당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들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이와 관련해 서왕진 원내대표는 호남 지역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일부 반발에 대해 "고민과 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이 밖에도 당명 유지를 원하는 민주당과 당명 변경 가능성에 여지를 둔 조국혁신당의 입장 차도 쟁점입니다. 양당은 당직자 고용 승계와 함께 당직·지역위원장 배분 문제를 두고도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과거에도 두 당이 합당할 경우, 당직을 포함해 지분을 나눈 사례가 있습니다. 1997년 한나라당(신한국당+민주당) 창당 땐 중앙당 당직과 전국 지구당 위원장의 배분에 합의했고,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새정치연합) 창당 당시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제와 함께 양측이 똑같이 5대5로 지분을 나눴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통합 땐 안철수 의원이 이끌었던 국민의당 몫으로 최고위원 2명을 인선했고, 당직자 전원 고용에도 합의한 바 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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