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유료방송의 적은 '규제'
2026-02-10 06:00:00 2026-02-10 07:34:06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2024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가입자 감소세는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케이블TV 가입자는 1200만명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시장 장악력이 높아지면서 '코드컷팅'은 더 이상 일부 소비자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이 축소되자 업계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가장 먼저 비용부터 줄였다. 구조조정과 사옥 이전, 투자 축소가 잇따랐다. 당장의 지출을 줄이는 데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지만, 방송 기반 매출을 키울 출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비용 절감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갈등은 콘텐츠 사용료 문제로 확대됐다. 케이블TV 업계는 매출과 연동해 콘텐츠 사용료를 낮추는 기준안을 제시했고, PP는 일방적 삭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협상 시기마다 반복돼 왔던 갈등이지만, 이번에는 성격이 다르다. 개별 사업자 간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료방송 산업이 단순한 경기 부진을 넘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짚어야 할 것은 갈등의 본질이다. 콘텐츠 대가를 둘러싼 힘겨루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규제에 갇힌 사업자들 간의 이전투구에 가깝다. 유료방송은 여전히 요금, 상품, 편성 전반에서 강한 규제에 묶여 있다. 채널 통계약 관행과 요금 승인제 아래에서 플랫폼 간 채널 구성은 97%가 동일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어디에 가입해도 큰 차이가 없는 서비스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차별화가 막힌 시장에서 남는 경쟁 수단은 가격 할인과 경품뿐이다. 이는 다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성장 없는 경쟁, 제 살 깎아먹기식 구조가 고착화된 이유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채널 획일화와 상품 차별화 한계에 대한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제도는 바뀌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가입자 감소와 콘텐츠 대가 갈등으로 돌아왔다. 
 
구조적 문제는 OTT와의 대비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OTT는 가격 책정부터 콘텐츠 구성, 번들링까지 비교적 자유롭다. 같은 영상 콘텐츠 시장에 있으면서 규제의 무게는 전혀 다르다. 규제 안에 묶인 유료방송에만 경쟁력 회복을 요구하는 것은, 출발선이 다른 경기에 결과를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규제 불균형은 재정 부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방송통신발전기금 논란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납부한 방발기금은 250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149억원)을 웃돌았다. 번 돈보다 기금으로 낸 돈이 더 많았다. 반면 OTT는 방발기금 징수 대상이 아니다. 같은 시장에서 다른 규칙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갈등의 중재가 아니다. 시장 전체를 관통하는 새로운 규칙이다. 통합미디어법 논의가 공회전하는 동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의 위기를 업계 내부 문제로 방치하고 있다. 합의제 기관이라는 이유로 손을 놓기에는, 시장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유료방송의 위기는 더 이상 산업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기반 미디어의 지속가능성, 콘텐츠 생태계 유지, 공공성이라는 정책 목표까지 함께 흔들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방발기금 완화나 면제 같은 숨통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통합미디어법을 통한 규제 체계 재설계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이지은 테크지식산업부 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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