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코텍 고문 타계가 남긴 숙제 '주주 가치와 기업 성장'
'렉라자' 성공 신화 주역 김정근 창업자, 미국서 사망
최대주주 의결권 보호 의견에 "시장문화 정착 우선"
2026-02-20 15:47:46 2026-02-20 15:47:46
(사진=오스코텍)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한국형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성공신화의 주역이자 오스코텍(039200) 창업자인 고 김정근 고문이 주주들의 반대로 대표이사 연임에 실패한 뒤 돌연 미국에서 사망하자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바이오텍에 한해 최대주주 의결권을 일정 수준 보장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됩니다. 바이오업계 내부에선 일견 동조하는 분위기도 관측되지만, 성숙한 시장 문화 정착이 먼저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2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오스코텍은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였던 김 고문은 지난 4일 미국에서 사망했습니다. 김 고문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오스코텍은 "경영진 및 이사회 체제하에 사업 운영 및 연구개발 등 주요 업무를 계획대로 수행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고문은 1988년 오스코텍을 창업하고 2년 뒤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의 전신인 OCT USA를 설립해 연구개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오스코텍은 OCT USA에서 간판을 바꿔 단 제노스코에게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이전받은 뒤 유한양행(000100)에 넘겼고,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했습니다.
 
제노스코-오스코텍-유한양행-얀센으로 이어지는 기술이전 고리를 거쳐 탄생한 신약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입니다. 렉라자는 2024년 한국에서 개발된 항암제 중에선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받아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한국형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신화를 쓴 김 고문이지만, 주주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김 고문이 대표였던 시절 오스코텍이 자회사 제노스코 국내 상장을 추진하자 지분가치 희석, 승계 자금 마련 등을 우려한 주주들의 반감을 산 겁니다.
 
오스코텍은 의문을 부인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주주들은 작년 오스코텍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고문 대표이사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김 고문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한 채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김 고문이 대표이사 연임 실패 이후 사망하자 일각에선 바이오텍 특성을 고려한 최대주주 의결권 강화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연구개발 비중이나 혁신 플랫폼 기술 보유 여부에 따라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거나 최대주주를 포함한 장기 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이 같은 주장의 핵심입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프랑스는 경영 사안 등 주총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인 황금주, 일부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한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도입했습니다.
 
기업 경영 흐름만 놓고 보면 오스코텍은 차등의결권을 보장하는 해외 사례에 부합할 여지도 있습니다. 작년 말 사업보고서를 보면 오스코텍은 렉라자를 포함한 기술이전 수익으로만 한 해에 270억원가량의 매출을 거뒀습니다. 전체 매출의 81%가 넘는 수치입니다. 이는 중소형 바이오텍이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으로 매출 대부분을 일으키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도 63.01%로 제약바이오기업을 통틀어 상위권에 속합니다. 전년 비율은 503.17%로 압도적입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상장사가 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해선 절대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오스코텍뿐 아니라 바이오텍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기술이전 성과를 내거나 신약을 만들어낼 플랫폼 기술을 갖춘 곳이라면 장기적 관점에서 최대주주나 경영진의 기조가 유지되도록 돕는 장치가 필요하긴 하다"고 귀띔했습니다.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제도적 보완책이 요구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추세지만, 현재로선 무조건적인 해외 제도 도입이 상책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기업 경영과 투자가 분리된 시장 문화가 정착된 해외국들과 국내 사정은 다르다는 이유에섭니다.
 
또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거의 모든 바이오기업들은 연구개발 지속가능성을 위해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라며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모여 기업 경영 관련 의사결정에 관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주주는 투자자로서 자신의 판단에 따른 책임을 지고 기업은 주주를 설득한 뒤 경영상 필요한 판단을 내리는 선진적인 시장 문화 정착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