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불장 덕에 호실적…비이자이익 변동성은 출렁
2026-05-16 06:00:00 2026-05-16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비이자이익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간 실적을 떠받쳐온 은행 이자이익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증시 활황에 따른 증권 수수료와 자산관리(WM) 수익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같은 비이자이익 확대가 시장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입니다. 증시가 꺾이거나 투자심리가 위축될 경우 금융지주 실적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증권사, 금융지주 '효자 계열사' 등극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과거처럼 은행의 안정적인 이자이익이 전면에 나선 구조라기보다는 증권과 자산관리 부문의 비이자이익 확대가 실적을 끌어올린 모습입니다.
 
실제 올 들어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투자심리 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과 금융상품 판매 수익이 크게 늘었습니다.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가 동시에 강세 흐름을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가 활발해졌고, 퇴직연금과 자산관리 시장에서도 투자 수요가 확대된 영향입니다.
 
금융지주 실적 경쟁에서도 증권 계열사 역할이 커졌습니다. 그동안 금융지주 실적이 은행 중심으로 좌우됐다면 앞으로는 증권 계열사의 이익 규모와 자본시장 경쟁력이 그룹 전체 실적 변동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올해 1분기 금융지주 실적에서도 증권 계열사 존재감은 두드러졌습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KB증권이 올해 1분기 347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93.3% 성장했습니다. 그룹 내에서는 은행 다음으로 높은 순이익 기여도를 기록하며 비은행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신한금융지주도 신한투자증권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107.9% 증가하면서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투자은행(IB), WM 부문 회복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전통적으로 실적 효자 역할을 해온 보험 계열사들의 경우 회계제도 변경 영향과 예실차 축소, 손해율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둔화된 반면 증권 계열사들은 거래대금 증가와 IB 부문 회복에 힘입어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올 들어 증시 활황에 따른 투자 심리 회복과 거래대금 증가로 증권사의 실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뉴시스)
 
"'체질 개선 성공' 평가 시기상조"
 
NH농협금융지주의 경우 1분기 실적에서 계열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의 존재감이 유독 두드러졌습니다. 올해 1~2월 누적 기준으로는 NH투자증권의 실적 흐름이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을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월 들어 은행 실적이 반등하면서 가까스로 추월했지만, 과거 은행 실적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던 모습과는 상당히 달라진 구조입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금융지주 실적 발표에서도 비이자이익 확대가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습니다.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조달 비용 부담 등의 영향으로 추가 확대가 제한되는 모습입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강화와 기업대출 경쟁 심화도 이자이익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증권과 자산관리 부문의 비중을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 금융당국 역시 금융권의 비이자이익 확대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습니다. 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만으로는 장기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증권사 실적 개선으로 금융지주사 비은행 순이익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KB금융(105560)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인 43%를 기록했고 신한금융도 34.5%를 기록하며 다시 30%대를 회복했습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18%를 기록하며 20%대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비이자이익의 질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됩니다. 특히 최근 실적을 견인한 위탁매매 수수료나 금융상품 판매 수익은 시장 분위기에 따라 급격히 변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증시가 활황일 때는 실적 개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만 반대로 거래대금이 줄어들거나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 수익 감소 폭도 커질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증시 침체 국면에서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실적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사례가 반복됐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악화나 해외 대체투자 손실 같은 변수까지 겹칠 경우 운용 수익 감소가 빠르게 반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은행 이자이익 증가세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이 비이자이익 확대에 더욱 의존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현재 비이자이익 상당 부분이 증시 활황과 거래대금 증가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장 환경이 바뀌면 지금과 같은 실적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WM과 IB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수수료 기반 사업보다는 시장 상황에 민감한 수익 비중이 큰 편"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체질 개선으로 보기에는 아직 변동성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기업대출 경쟁 심화로 은행의 핵심이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축소 압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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