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분수령…"차단보다 정교한 설계 필요"
테더·리플 등 글로벌 발행사 국회 참석…주요국 규제 사례 공유
통화주권·자금유출 우려 속 발행 주체·규제 방식 놓고 이견
2026-05-12 13:59:47 2026-05-12 13:59:47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글로벌 제도화 경쟁이 빨라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디지털자산 입법 방향을 서둘러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응하되, 단순 차단이 아닌 안전 장치를 갖춘 유통·결제 인프라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2026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동향과 한국 디지털 경제의 기회' 세미나가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2026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동향과 한국 디지털 경제의 기회' 세미나가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이강일·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디지털융합산업협회·한국웹3블록체인협회·디지털커런시거버넌스그룹(DCGG)이 공동 주관했습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후원했으며, 테더, 퍼스트 디지털, 리플 등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달스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원스코'로 지칭하며 원화 기반 활용처 마련을 강조했습니다. 민 의원은 "준비하지 않으면 한국의 디지털 금융시장과 통화질서는 '달스코의 쓰나미'를 수동적으로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스테이블코인 시장 육성과 시장화에 중점을 둬야 할 시점"이라며 "지방선거 이후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법안 심사에 올려 입법 절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태림 엑시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입법 지연의 배경으로 통화주권과 금융 안정 우려를 짚으면서도, 현상 유지가 해법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김 변호사는 "우려가 있다고 해서 입법 지연이나 현상 유지가 답은 아니다"라며 "시장이 닫혀 있으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문이 열려 있는 해외로 흐름이 바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요국 규제의 공통 방향은 차단이 아니라 안전 장치를 통한 신뢰 구축"이라며 "한국도 일률적 규제보다 실제 작동할 수 있는 위험 비례형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외 연사들도 한국의 제도 설계 방향에 주목했는데요. 한국도 글로벌 원칙과 국내 산업 구조를 함께 반영한 제도 설계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들이 나왔습니다. 리플의 라흘 아드바니(Rahul Advani) 글로벌 정책 공동총괄은 효과적인 규제의 조건으로 명확한 정의, 100% 준비자산, 독립 감사, 국경 간 공조, 민관 협력을 꼽으며 "한국 정책 결정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금융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설계할 것인지, 아니면 그 규칙이 다른 곳에서 쓰이게 둘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조슈아 타운슨(Joshua Townson) DCGG 글로벌 정책 책임자는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균형 규제를 강조하며 영국의 투 트랙 모델을 소개했습니다.
 
활용처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빈센트 초크(Vincent Chok) 퍼스트 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처가 거래소 정산을 넘어 결제와 인공지능(AI) 에이전트로 확장되고 있다고 봤습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프로그래머블 머니이자 국경 없는 결제 수단"이라며 "향후 5년 안에 3조~5조달러 규모의 결제가 사람이 아니라 AI 에이전트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한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을 넓히는 가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2026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동향과 한국 디지털 경제의 기회' 세미나가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토론에서는 제도화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접근 방식에서는 이견이 나왔습니다.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2017년에 기본법을 만들었다면, 디지털 산업이 훨씬 발전했을 것"이라며 한국이 주요국보다 늦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유재훈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160조원이 해외로 유출됐다거나 통화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말은 신중하게 써야 한다"며 "이 내러티브를 너무 강조하면 개인의 선택 자유를 제약하거나 경제적 효율성을 희생하는 제도 설계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발행 주체를 두고는 초기 안정성과 민간 혁신의 균형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성기철 금융위원회 국장은 한국은 인허가와 진입 규제가 강한 구조라 당국 입장에서 도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변미경 광주은행 부행장은 초기에는 은행권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발행하되, 제도가 안착되면 비금융으로 확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봤습니다. 반면 최수혁 전 한국웹3블록체인협회 회장은 "산업은 포용력이 없으면 절대 성장하지 않는다"며 은행권 중심으로만 움직일 경우 확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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