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없어도 AI칩 만든다…미 스타트업 등장에 K반도체 ‘긴장’
오픈AI·AWS, 세레브라스에 관심
AI ‘추론’ 중요성 커져…S램 조명
HBM 판세 변동? “D램 수요 계속”
2026-05-15 15:27:08 2026-05-15 15:27:08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용하지 않는 인공지능(AI) 칩 업체가 빅테크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AI 산업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단순한 정보 저장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중요해졌고, 이에 따라 병목현상 해소에 초점을 맞춘 기술이 주목받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HBM 의존도를 낮추는 기술들도 등장하면서, 메모리 중심으로 수익성을 키워온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웨이퍼규모엔진(WSE)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레브라스의 AI 칩. (사진=세레브라스 화면 캡처)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는 14일(현지시간)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약 70% 급등하며 성공적인 증시 데뷔를 치렀습니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 세레브라스는 공모가 185달러보다 68.15% 오른 311.07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세레브라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일반적인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다른 구조의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상 AI 가속기는 여러 개의 작은 칩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지만, 세레브라스는 거대한 웨이퍼 다이를 하나의 칩처럼 활용하는 웨이퍼규모엔진(WSE) 기술을 채택했습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의 칩 간 이동을 최소화하고,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줄인다는 설명입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국면에서도 HBM을 사용하지 않는 점 역시 차별화 요소로 꼽힙니다. 일반적인 AI 가속기는 GPU 외부에 HBM을 연결해 사용하는 구조지만, 세레브라스는 칩 내부에 메모리를 탑재했습니다. 메모리 역시 일반적인 D램 대신 S램을 사용했습니다. S램은 D램보다 용량이 작고 가격이 비싸지만,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세레브라스의 차별화 전략은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회사는 올해 오픈AI와 200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3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에 제품을 공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메모리 공급 부족 속에서 데이터 처리량까지 급증하자,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일반 AI 칩과 세레브레스 AI 칩 구성 비교. (자료=챗GPT)
 
세레브라스의 성장세에 국내 반도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메모리, 특히 AI 인프라 핵심 부품인 HBM 중심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 등 고용량 서버용 D램 판매 호조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메모리 효율화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구글은 최근 KV캐시(데이터를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 불러오는 기술) 메모리를 기존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압축하는 ‘터보퀀트’를 공개했습니다. 엔비디아 역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중국 저장대학교 등과 함께 GPU 메모리 효율을 높이는 ‘트라이어텐션’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세레브라스의 기술이 당장 시장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데이터 처리 속도도 중요하지만, AI 산업 특성상 데이터 총량 자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결국 대용량 D램 수요는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딥시크가 처음 나왔을 때도 메모리 용량을 덜 쓰니까 D램을 만드는 한국 기업들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지금 어떠냐”며 “메모리 용량을 효율화한다고 해도, 전체 시스템(데이터)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업계에서 보는 공통의 관점”이라고 했습니다.
 
나아가 세레브라스나 터보퀀트 같은 기술이 범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터보퀀트의 사례처럼 뭐든 개념적으로 항상 시도는 있지만, 즉시 상용화되는 건 불가능하다”며 “이미 슈퍼사이클이 진행되고, 메모리 수요가 큰 국면에서 새 기술이 상용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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