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미래가치평가)③양적 팽창 끝난 K바이오…"실력·신뢰 쌓아라"
전문가들 "역량 하락 신뢰 문제 이어져…개선 노력 필수"
2026-06-15 16:10:40 2026-06-15 16:32:47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한 양적 수치 부풀리기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역량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오너 중심의 독단 경영과 착시형 홍보가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하며, 질적 성과 증명과 투명한 소통을 통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는 국내 주요 제약 및 바이오 기업 각각 5개사를 대상으로 '제약바이오 미래가치평가'를 실시했습니다. 평가 항목이었던 파이프라인·연구개발(R&D)·기술이전·영업이익·수출·타법인 출자 등은 기업 역량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주요 지표 준수율과 기업 리스크 등은 기업 신뢰성을 판단하기 위해 실시됐습니다. 기업의 미래가치를 판단하는 데에는 역량과 신뢰 모두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평가들이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뉴스토마토>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부족한 실력이 신뢰에 문제를 야기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묵현상 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돈을 못 벌고 주가는 유지해야 하니까 사기를 칠 수밖에 없는 거고, 매출을 키워야 되니까 리베이트를 주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특허·약효·투자자 등 돈을 벌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빠져있는 채로 사업을 영위하다 보니까 벌어지는 사건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꿈과 희망만 가지고는 초기에 주식시장에서 바람 잡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돈을 못 버니 주가도 안 올라가고 빠지는 것"이라며 "기업공개(IPO) 해서 주가 오른 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팔고 빠져나가는 것이 사업 모델이나 목표인 창업주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까 돈을 못 버는데, 주가가 올라가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연구개발진흥본부장도 "국내 시장은 작고 경쟁은 굉장히 치열한 상태"라며 "서로 마케팅 경쟁에 그치는 구조적 문제에서 신뢰성 문제가 기인하는 측면이 커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과거 바이오 생태계가 열악해 리스크가 있다보니, 투자자들이 기술 있는 의사·교수 출신 창업주가 많은 지분을 갖도록 요청했다"며 "글로벌 펀드에서 많은 투자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강력한 오너십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이 1인에 편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실질 성과를 내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역량과 신뢰를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기업의 역량 문제를 해결하면 신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조언도 나왔습니다. 묵현상 전 단장은 "기초 과학을 열심히 해서 기술 쌓아올리는 노력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어떤 회사들은 과학자보다 홍보 인원은 더 많이 두고, 이들은 소수의 투자자를 만나서 주가 떠받치려고 하는데, 그렇게 바람 잡으려고 하지 말고 약효를 낼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헌제 본부장 역시 "리베이트나 공시 불성실 등에 당국이 채찍을 휘둘러야 되는 건 맞다"면서도 "이 같은 문제들은 혁신 경쟁으로 체질이 변화할 경우, 100% 없어지는 않겠지만 지금보다는 굉장히 개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혁신 경쟁력 확보가 신뢰성 확보의 길"이라며 "혁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 스스로의 R&D 역량 강화와 오픈 이노베이션, 이를 위한 인재와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역량 문제와 신뢰 문제를 각각 해결하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이승규 부회장은 "성실 공시뿐만 아니라 해당 공시 내용을 더 자세하게 공유해 기업 내부자와 일반 투자자가 같은 기준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해외처럼 이사회 중심의 회사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이 부회장은 "정부가 정책적 지원과 금융 지원을 늘려 생태계 활성화를 돕는다면 사정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창업주 일가의 독단 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전문경영인 체제의 정착, 명확한 주주환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주가의 하방 경직성이 확보된다"며 "기업에 법률, 회계, 자본시장을 아우르는 통합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투명하고 신속하게 시장과 소통(IR)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주가 폭락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파이프라인의 수나 R&D 투자 규모 등 양적 축적에서 질적 증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계약 총액 중심의 홍보에서 벗어나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의 비중과 단계별 마일스톤의 실제 유입 가능성을 시장에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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