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KCC, 삼성물산 지분 8조 딜레마…EB 유동화 카드 다시 뜬다
8조원대로 불어난 지분 가치…삼성 지배구조 변수 부담
2016년에도 거론된 EB 카드, 단기 처분은 난항
2026-06-18 06:00:00 2026-06-18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6월 16일 16:2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KCC(002380)의 주주환원 약속이 삼성물산(000830) 지분 앞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이행에 들어갔지만 8조원대로 불어난 삼성물산 지분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맞물려 여전히 손대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전량 매각보다 교환사채(EB)를 활용한 부분 유동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KCC가 주주환원 요구와 삼성 우호지분이라는 민감한 변수를 동시에 풀어낼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C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주제안 철회 이후 삼성물산 지분 처분과 관련한 구체적 방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앞서 트러스톤은 지난 2월 KCC 이사회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 삼성물산 지분 유동화, 자사주 소각, 연결 재무제표 기준 주주환원정책 재수립 등을 요구했다. 이후 KCC가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자산을 적정 시기에 매각하고, 매각 이익 일부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측의 표 대결은 일단 봉합됐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KCC 본사 (사진=KCC)
 
8조원대까지 오른 삼성물산 지분 가치…삼성그룹 눈치 보는 KCC
 
다만 시장의 관심은 다시 삼성물산 지분으로 향하고 있다.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701만주다. 지분율은 10.49%, 장부가액은 4조3119억원에 달한다. 트러스톤이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던 당시에도 삼성물산 지분가치는 KCC 시가총액을 웃도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추가 상승하면서 KCC가 보유한 지분의 시장가치는 8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문제는 이 지분이 단순 투자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KCC의 삼성물산 지분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 측 우호지분으로 부각됐다. 당시 삼성물산 자사주를 KCC가 인수하면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외부 주주의 반대에 맞서는 백기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KCC 입장에서는 지분을 처분할 경우 단순히 비핵심 자산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삼성그룹 우호지분 약화라는 해석을 피하기 어렵다.
 
KCC가 먼저 실행한 카드는 자사주 소각이다. 회사는 작성기준일 이후인 지난 4월29일 자기주식 29만3575주를 소각했다. 앞서 KCC는 임직원 보상 목적 물량을 제외한 자기주식 117만4300주를 오는 2027년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소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트러스톤 요구 가운데 지배구조 파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과제부터 처리한 셈이다.
 
반면 삼성물산 지분 유동화는 아직 구체적 시간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량 매각은 현실성이 낮다는 시각이 많다. KCC 보유 지분이 삼성물산 전체 지분의 10%를 넘는 만큼 시장에 직접 출회될 경우 오버행 부담이 크다. 삼성물산 주가에 미치는 충격도 작지 않다. 삼성그룹 입장에서도 우호지분이 한꺼번에 시장으로 풀리는 상황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전량 매각보다 일부 지분을 활용한 구조화 조달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가장 유력한 방식은 삼성물산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한 EB 발행이다. EB는 발행회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 주식을 나중에 교환해 줄 수 있는 채권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 시 교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발행사 입장에서는 교환권이라는 옵션을 제공하는 대신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KCC는 이미 비핵심 상장주식을 활용해 EB를 발행한 경험이 있다. 회사는 지난해 7월 HD한국조선해양(009540) 주식을 교환대상으로 6억5000만달러 규모의 기명식 무담보 선순위 외화표시 해외 EB를 발행했다. 만기는 2030년 7월, 표면이율은 1.75%였다. 조달 자금은 모멘티브 관련 차입금 상환에 활용됐다. 삼성물산 지분도 같은 방식으로 활용할 경우, 직접 매각 없이도 차입금 상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10년 전에도 등장했던 EB…"단기간에 처분 쉽지 않아"
 
삼성물산 지분을 활용한 EB 카드는 새로운 구상이 아니다. KCC는 2016년에도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대상으로 7억5000만달러 규모 EB 발행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1701만주, 지분율 8.97%였다. 주관사로는 JP모간, HSBC, 도이치증권 등이 거론됐다.
 
당시에도 핵심 논리는 오버행 회피였다. 삼성물산 지분을 블록딜로 여러 차례 처분할 경우 남은 물량에 대한 매각 가능성이 계속 주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반면 EB는 교환가에 프리미엄을 붙여 발행할 수 있어 같은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당장 시장에 풀리는 주식 수를 줄일 수 있다. 당시 KCC가 블록딜보다 EB를 검토한 배경도 삼성물산 주가 상승 가능성과 교환 프리미엄, 오버행 부담 완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다만 2016년 EB 검토는 최종적인 지분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KCC는 이후에도 삼성물산 지분을 장기간 보유해 왔다. 해당 지분이 단순 금융자산이 아니라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우호지분 성격을 갖고 있어, '코리안 디스카운트' 요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지분가치가 커진 만큼 KCC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KCC가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 막대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삼성물산 주가 수급과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반대로 계속 보유하면 트러스톤이 지적한 비효율적 자본배치 논란과 지주사 디스카운트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삼성 계열사가 KCC 보유 지분을 직접 받아 가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다만 현실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KCC 보유 삼성물산 지분가치가 불어난 상황에서 계열사가 이를 직접 매입하려면 약 8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순환출자,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계열 지원 논란 등 규제와 명분 부담도 뒤따른다. 결국 삼성 측이 충격을 줄이려면 직접 매입보다는 KCC의 부분 유동화, 장기 분산 매각, 우호적 기관 대상 블록딜 등 간접적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진단이다.
 
관건은 KCC가 시장에 어느 정도의 로드맵을 제시하느냐다. 트러스톤은 주주제안을 철회하면서도 투자자산 처리 일정과 시장 소통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CC가 자사주 소각만으로 주주환원 요구를 마무리하려 한다면 행동주의 압박은 다시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EB로 유동화하면 조달비용 절감과 주주환원 재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삼성 지배구조 변수라는 또 다른 부담을 떠안게 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재무적으로만 접근해선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며 "지배구조 측면에서 가장 민감한 자산이다. EB 발행이나 블록딜도 계열사와의 협의가 필요해 단기간에 해결하기엔 쉽지 않다"고 전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도 <IB토마토>에 "KCC가 삼성물산 지분을 언젠가 처분해야 할 대상이라는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주총 이후 KCC 측에 대해 추가적인 유동화 방안을 요구하고 있진 않고 있다"고 답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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