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선영 기자] 홈플러스 사태 이후 납품 중소기업의 외상거래 불안이 커진 가운데 신용보증기금의 매출채권보험 신규 가입이 구매 기업별 인수한도에 따라 제한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구매 기업을 상대로 보험 가입이 몰리면 뒤늦게 신청한 판매 기업은 거래처 부실 위험을 보험으로 막기 어렵습니다.
23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신보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채권보험은 중소기업이 거래처에 물품이나 용역을 외상으로 공급한 뒤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때 신보가 손실 일부를 보상하는 공적 보험입니다. 구매 기업의 당좌부도, 폐업, 회생·파산 절차 신청, 결제 지연 등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매출채권보험은 지난 2004년 도입돼 중소기업 외상거래 안전망 역할을 해왔습니다. 신보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까지 누적 보험가입 총액은 293조원, 보상 금액은 1조2219억원, 보상 건수는 2만6257건입니다. 누적 인수 총액은 지난 2016년 100조원, 2021년 200조원, 2026년 4월 3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미수금 우려가 커지면서 매출채권보험의 필요성은 더 부각됐습니다. 대형 유통사의 미정산 문제가 불거지면 납품 중소기업은 외상 대금 회수 위험에 직접 노출됩니다. 보험은 사고가 난 뒤가 아니라 미리 들어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매 기업별 한도가 이미 찬 경우에는 신규 가입 자체가 제한됩니다. 신보는 판매 기업과 구매 기업의 신용 상태, 거래 규모를 함께 심사한 뒤 구매 기업별 보험금액 한도를 정합니다. 여러 판매 기업이 한 구매 기업에 보험을 들면 해당 구매 기업의 한도가 먼저 찰 수 있습니다. 한도가 소진되면 다른 판매 기업은 외상 대금 미회수 위험에 대비하려 해도 신규 가입이 제한됩니다.
재원도 한정적입니다. 매출채권보험 기본재산은 지난해 말 4701억원에서 올해 5월 4677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반면 운용배수는 같은 기간 13.7배에서 14.5배로 올랐습니다. 기본재산은 줄고 운용배수는 상승하면서 추가 인수 총량 확대 여력이 좁아진 모습입니다.
심사도 까다로워졌습니다. 신보 내부 감사도 인수 단계의 구매자 심사를 점검 대상에 올렸습니다. 지난 2023년 '매출채권보험 인수 및 해지 운용실태 점검 결과'는 보험 인수 시 구매자 운용의 적정성, 구매자 선정 절차, 구매자 이행 지체 발생 여부 검토를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점검 결과는 보험 대상 구매자 여부를 보험설계 단계에서 사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처럼 보험 혜택이 줄면, 중소기업들의 영업활동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신장식 의원은 "홈플러스 사태 이후 외상거래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불안이 극에 달했으며, 지금처럼 인수한도 소진을 이유로 신규 가입을 막는다면, 정작 위험이 닥쳤을 때 보험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복불복 안전망'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중기부와 신보는 근본적인 재원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신보는 전향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신보는 구매 기업별 인수한도 소진으로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추가 재원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재정 여건에서 구매자 인수한도를 추가로 높일 여지도 함께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신보는 "중기부와 협력해 구매자 인수한도 상향에 필요한 추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현 재정 상황하에서 구매자 인수한도를 추가로 상향할 여력이 있는 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하고, 더 많은 기업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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