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에스제이, 부도 전 배터리 빼돌렸나…신보, 채무 환수 소송
에스제이, 말타니에 15억 배터리 넘겨 미수금 상계
신보 “사실상 대물변제”…말타니 “선의의 수익자”
2026-05-18 15:35:48 2026-05-18 15:54:33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특정 채권자에 핵심 자산을 넘겨 채무를 변제한 행위를 두고 채권자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해당 기업에 보증 여신을 제공했다가 손실을 입게 된 신용보증기금(신보)은 이를 부당한 자산 유출로 보고, 책임재산 환수를 위한 소송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8일 신재생에너지 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는 경영난으로 부실 처리된 신재생에너지 업체 에스제이를 상대로 대위변제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과거 자산 거래 내역을 추적 중입니다. 특히 에스제이가 자금난으로 은행권 이자를 연체하기 약 1년 전인 지난 2020년 4월경, 자사의 핵심 자산이던 ESS 배터리를 조명기구 및 ESS 유통업체인 말타니에 넘긴 과정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당시 에스제이는 말타니에 약 29억원 규모의 미수금을 갚지 못하고 있던 채무초과 상태였습니다. 에스제이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15억원 상당의 배터리를 말타니에 넘기는 물품 공급계약을 맺고, 그 대금만큼 미수 채권을 상계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보는 정상적인 유통 거래의 외관을 띠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빚을 갚기 위해 남은 재산을 특정 채권자에게만 쥐여준 대물변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에스제이의 핵심 자산이 민간 유통사로 이전되면서 회사의 자산가치가 급감했고, 결국 에스제이에 보증을 섰던 신보가 약 14억원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줘야 했습니다.
 
이에 신보는 특정 민간 채권자가 우월적 지위나 정보력을 앞세워 부실기업의 자산을 선점하는 행위를 다른 일반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채권자 취소권 대상)'로 간주하고, 이를 환수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말타니 측은 "에스제이의 재정 상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배터리를 공급받았다"며 법리상 선의의 수익자라는 입장입니다. "사해 의사 없이 정상적인 비즈니스 관계에서 발생한 채권을 적법하게 상계 처리한 만큼, 일반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 사건은 1심 법원이 신보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말타니 측이 불복해 항소하면서 최근까지도 치열한 2심 공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보의 보증 사업 채무불이행 사례에서 공적자금의 책임재산 확보라는 공익적 가치와 민간기업의 채권 회수 권리가 충돌하는 분쟁이 많습니다. 업계는 부실기업을 둘러싼 채권자 간 분쟁을 막기 위해 여신 사후관리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꺾일 때 민간 유통사나 대형 채권자들은 시장의 소문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미수금을 물건으로라도 챙겨 가지만, 담보 없이 신용만으로 보증 여신을 내준 공공기관은 이자 연체가 발생한 뒤에야 뒤늦게 사고를 인지하게 되는 구조적 시차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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