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의 공공기관 총액인건비 제도 개선 논의가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넘어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까지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에서는 최근 대통령의 제도 개선 지시와 기업은행 미지급 시간외수당을 총액인건비 예외로 인정한 사례를 계기로 제도 개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실제 제도 개편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 지시에 제도 개선 요구 증폭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공기관 총액인건비 문제는 정부 예산지침과 공공기관 운영체계 전반이 맞물린 사안인 데다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기관 간 형평성까지 얽혀 있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해법이 필요한 '고차방정식'입니다.
총액인건비는 정부가 공공기관별로 인건비 총액 한도를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기본급과 각종 수당, 복리후생비 등을 운영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방만 경영을 막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시범 도입한 뒤 2007년부터 공공기관 전반으로 확대 시행했습니다. 정부는 공공기관 총인건비 인상률을 별도 지침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기관이 자체적으로 이를 초과해 보수를 지급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총액인건비 제도가 공공기관의 자율적인 임금체계 운영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직원이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총액 한도 때문에 충분한 보상이 어렵고, 시장 경쟁이 치열한 금융 분야에서 우수 인력 확보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견해입니다.
그러다 정부가 지난달
기업은행(024110) 미지급 시간외수당 830억원을 총액인건비 예외로 두는 안을 승인하면서 제도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감독원 노조가 총액인건비 개선을 사측에 요구한 데 이어 국책은행들도 조만간 같은 안건에 대해 공동 목소리를 낸다는 방침입니다.
금감원 노조도 최근 노사협의회에서 총액인건비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제기했습니다. 노조는 검사와 감독 업무 특성상 업무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에도 총액인건비 제도로 인해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노조 산하가 아닌 단일 노조인 만큼 기관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사측은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책은행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금융노조 산별교섭과 별도로 총액인건비 개선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 미지급 시간외수당 문제가 해결되면서 야근 수당이 나오지 않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에서도 제도 개선이 가능한지 기대감을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국책은행은 기업은행에 비해 총액인건비 제도 개선 요구에 소극적이었지만, 내달 재정경제부에 적정임금 보장을 요구하는 공공기관 노조 차원의 결의대회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결의대회에서는 총액인건비 개선과 함께 공공기관 보수위원회 설치도 주장할 예정입니다.
지난 4월1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로비에서 열린 2026년 금융노조 임단투 출정식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년 연장·기관 간 형평성도 과제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캠코)도 총액인건비 적용 대상입니다. 그두 기관은 간 총액인건비제도 개선을 요청하기 보다는 내부 직급 간 인상률을 조정하는 방식을 택해왔는데요. 캠코 노조 관계자는 "하위 직급 미승진자 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해소 계획을 수립해 정부 승인을 받아 추진해왔다"며 "그런데 경영실태평가에선 이를 문제 삼고 낮은 등급을 주는 등 이해하지 못할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정부에서는 총액인건비 일부 예외 인정과 제도 전면 개편은 별개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총액인건비는 개별 기관이나 금융당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재정경제부의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과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 공공기관이라고 해도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은 설립 근거와 예산 구조가 서로 다른데요. 특정 기관만 예외를 인정할 경우 다른 공공기관으로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정년 연장 논의도 변수입니다.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교섭에서도 총액 기준 8% 임금 인상과 함께 정년 65세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 중입니다. 정년 연장 논의는 총액인건비 문제와 직결됩니다. 전체 인건비 총액은 그대로인데 고연차 직원 근무기간이 길어질 경우 인건비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측에서는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 협상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회적 합의 사항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해법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만큼 연내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총액인건비제도'의 한계를 지적하고, 해결책 마련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정해놓은 총액 한도 때문에 돈이 있어도 못 주는 산하 공공기관이 있다"며 "법률을 위반하면서 운영하도록 정부가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정책실에 제도 개선을 주문했습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노동조합은 금융노조 산별교섭과 별도로 총액인건비 개선 문제를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