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묵은 상록수 청산…10.8만명 장기추심 굴레 벗는다
금융위, 유동화회사 보유 1조원대 7년 이상 장기연체채권 매입
2003년 출범 '상록수' 청산 수순…한국 금융사 아픈 손가락 잘라낸다
2026-06-28 12:00:00 2026-06-28 12: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약 11만명에 달하는 취약계층이 7년 넘게 짓눌려온 '장기 추심'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아울러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부실채권을 떠안고 출범해 23년간 추심 활동을 이어온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및 9개 주요 유동화회사 출자자와 회의를 열고 '유동화회사 새도약기금 대상채권 매입협의 결과'를 점검했습니다. 조사 결과 유동화전문회사 46곳이 총 1조572억원(약 11만3000명) 규모의 새도약기금 대상채권(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연체)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당국은 이 중 제네시스를 제외한 45개사와 1조314억원 규모의 채권 매입 협의를 마쳤습니다. 상록수 등 4개사 보유분(1조 56억원)은 이달 말, 나머지 41개사 보유분(258억원)은 7월 말 매입할 예정입니다.
 
이번 조치의 가장 큰 의의는 한계에 내몰린 장기 연체자들의 실질적인 재기 지원입니다. 새도약기금이 채권을 매입하는 즉시 모든 추심은 전면 중단됩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나 중증장애인(연금수령자) 등 사회 취약계층의 채무는 별도의 상환능력 심사 없이 소각됩니다. 그 외의 채무자들도 심사를 거쳐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관련 채권을 1년 이내에 소각하고, 상환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에도 채무조정을 추진합니다. 원금 상환은커녕 불어나는 연체이자와 매일같이 이어지는 빚 독촉에 시달리던 채무자들의 숨통이 트이는 조치입니다. 금융위는 약 10만8000명이 관련 지원을 받아 경제활동 재개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자본시장 관점에서 이번 발표의 하이라이트는 '상록수'의 청산입니다. 상록수는 2003년 전 국민을 신용불량의 늪으로 빠뜨렸던 '카드대란' 당시,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설립된 유동화회사입니다. 금융위는 상록수가 보유한 새도약기금 미매각 잔여채권 약 1300억원을 조속히 캠코에 매각한 뒤 회사를 최종 청산하기로 했습니다. 무려 23년 동안이나 장기 연체자들을 상대로 추심과 회수를 이어오던 '카드대란의 유령'이 마침내 한국 금융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날 부실채권 유동화 시장을 향한 묵직한 경고 메시지도 함께 던졌습니다. 유동화 시장이 자금 여건에 따라 과열될 경우, 부실채권 매입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유동화회사들의 '과잉 추심'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정확히 짚었습니다.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취약 차주들을 쥐어짜는 구조적 악순환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금융위는 "연체채권 유동화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시장 과열이나 과잉 추심 우려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자본시장 내 위험자산 수요 확대가 취약계층의 고통으로 전가되는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12월 새도약기금 소각식.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