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정부가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세청도 거래소 자료와 블록체인 거래 내역을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에 나섰는데요. 다만 취득가액 산정, 거래소·개인지갑 간 자산 이동을 처리할 세부 기준이 남아 현장의 혼선이 예상됩니다.
3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내년부터 계획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는 현행 제도에 따라 우선 과세를 시행한 뒤 세부적인 보완 사항을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은 기타 소득으로 분류됩니다. 연간 이익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국세청은 과세 시행을 위한 전산 시스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내 거래소가 제출한 거래 자료와 홈택스를 연계하고 납세자별 거래 흐름을 분석하는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을 오는 11월 시범 운영한 뒤 연말 정식 개통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스테이킹 보상과 에어드롭, 탈중앙화금융(DeFi) 거래 등을 다루는 세부 과세 가이드라인도 올해 4분기 공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거래소별 자료 제출 방식과 양도차익 계산 기준을 구체화해 2028년 5월 첫 종합소득세 신고에 활용한다는 구상입니다.
문제는 과세 시행까지 남은 시간이 5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가이드라인이 4분기에 공개되면 거래소가 세부 기준을 전산 시스템에 반영하고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은 수개월에 그칩니다.
국세청 시스템과 별도로 거래소도 가이드라인에 맞춰 과세 자료를 추출·정리하는 내부 시스템을 개발하고 검증해야 합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과세 시스템이라면 테스트 기간을 굉장히 오래 두고 보안 요소를 찾아 안정화된 상태로 시작해야 한다"며 "테스트 운용 기간 없이 바로 과세하는 것이 맞는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거래소가 과세 데이터를 제대로 제출하도록 알고리즘을 짠다 하더라도, 운영 과정에서 버그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잘못된 데이터가 나오면 고객 입장에서는 과오납이나 소송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거래소도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취득가액 산정도 핵심 쟁점입니다. 올해 12월31일 이전부터 보유한 가상자산은 실제 취득가액과 연말 기준 시가 가운데 높은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말 시가를 어느 거래소의 어느 시점 가격으로 계산할지, 거래량이 적거나 국내에 상장되지 않은 자산의 가격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기준이 필요합니다.
투자자가 여러 거래소를 이용한 경우 계산이 더욱 복잡해집니다. 국내 거래소에서 산 가상자산을 개인 지갑으로 옮긴 뒤 해외 거래소에서 매도하거나 여러 지갑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거쳤다면 매수 가격과 매도 가격, 거래 수수료, 지갑 이동 내역을 하나의 거래 흐름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개인 지갑으로 이동한 자산이 동일인 소유 지갑 간 단순 이전인지, 다른 사람에게 넘긴 양도인지 확인하는 기준도 필요합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뒤 해외 거래소에서 계속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취득가액과 손익을 어떻게 계산할지 구체적인 실무 기준이 아직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스테이킹과 에어드롭의 과세 시점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입니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킹 보상을 받을 때마다 소득으로 계산할지, 해당 자산을 실제로 매도할 때 과세할지 정해야 한다"며 "거래량이 부족한 에어드롭 자산의 경우 보상 당시 객관적인 원화 가격을 산정하기도 어렵다"고 우려했습니다.
과세 자료 확보가 쉬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부담이 집중될 경우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과 과세 기반이 함께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가상자산 관계자는 "과세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시장이 확대되면서 새롭게 살펴봐야 할 항목이 늘어난 만큼 행정적으로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의 시황판 모습.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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