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무능 경계…'발표→수정' 무한 반복
대선 시절 공약도 180도 변화…야당선 "졸속 국정"
2026-08-13 17:49:20 2026-08-13 18:45:1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집권 2년 차 정부의 정책 혼선이 단순 해프닝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정책을 발표한 뒤 비판과 반발이 이어지면 뒤늦게 보완책을 마련하는 절차가 '무한 반복'되고 있는 건데요. 국민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는 '소통'과 완성도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한 채 누더기 정책을 만드는 '무능'의 경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복되는 정책 수정…"신뢰의 문제 발생" 
 
13일 청와대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규모 손질될 예정입니다.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가 누르기 방지법'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상황입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조차 세제개편안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인 결과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재검토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건데요. 이미 이재명정부 초기부터 이 같은 현상은 반복됐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발표한 '2025 세제개편안'에서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낮은 대주주 기준에 투자자와 정치권이 반발했고, '현행 유지'로 회귀했습니다. 
 
이른바 '누더기 정책'은 이후에도 반복됐습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코스피 상승 국면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사실상 앞장섰습니다. 하지만 레버리지 ETF가 주식시장에 최악의 변동성을 야기했고, 정부는 다시 1·2차 보완책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세제개편안은 정책 혼선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으로 내놓은 생산적 금융 ISA는 기존 ISA의 혜택을 대폭 축소했고, 주가 누르기 방지법안은 오히려 주가 하락 방치를 유도할 수 있다는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를 놓고 야당에서는 "일단 발표하고 국민이 반발하면 고치는 졸속 국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여권에서도 세제개편안의 담당 부처인 재정경제부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꾸짖었습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대선 시절 부동산 공약은 부동산 세금을 줄이고 대출 규제를 완화겠다는 내용이 골자였습니다. 당시 세부 공약을 봐도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최대 90%를 인정하고, 전세금 인상분에 대한 대출 규제를 해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집권 2년 차 실제 정책은 정반대로 시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세제개편안이 발표되고 나면 국민들은 정부안이 실제 실행될 법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집을 내놓는 사람들도 발생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얼마든 바꿀 수 있는 정책이라고 한다면 책임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정부의 정책 혼선은 지지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관련 정책이 미치는 영향이 큰데요. <리얼미터·에너지경제>의 이재명정부 집권 후 지지율 조사(ARS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 포인트) 추세를 보면 긍정 58.6% 대 부정 34.2%로 시작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2025년 6월 2주)은 1년 만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2026년 6월 3주)가 발생해 긍정 46.7% 대 부정 49.7%로 변화했습니다. 
 
<미디어토마토·뉴스토마토> 여론조사(무선 ARS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 포인트)에서도 지난 1년 대통령 지지율은 비슷한 추세를 나타냈습니다. 해당 조사에서도 올해 6월 4주 조사에서 긍정 44.8% 대 부정 50.3%로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뒤 8월 2주 조사(8월 13일 공표)에서도 긍정 44.2% 대 부정 51.8%로 조사됐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지율과 관련해 "(세제개편안 이후) 주거 안정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민 불안과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민생·경제에서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잦은 부처 혼선에도…"100% 완벽할 수 없어"
 
정책 혼선은 부처 간 이견 표출로도 이어집니다. 통일정책을 둘러싼 통일부와 외교부의 충돌은 집권 초부터 노출됐습니다. 특히 자주파와 동맹파 사이의 샅바싸움은 1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부처 간 이견은 공개 표출되는 사례가 잦아졌습니다. 호남 반도체의 주 52시간 예외를 둘러싼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의 이견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습니다. 
 
또 이미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들에 대해서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갈등은 검찰청 해체 이후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다만 청와대의 인식은 다릅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책을 발표하면 이게 최종 정책이고, 그것을 바꾸면 무슨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또는 오락가락 이런 식으로 평가된다"며 "그것은 낡은 방식이다. 공무원들이 100% 완벽한 존재일 수 없다. 좋은 제안 또는 수정안들이 제시되면 그걸 합리적으로 검토하고, 또 투명하게 토론하고 수렴해서 더 나은 더 완벽한 정책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걸 가지고 '누더기를 만들었다' 이런 식의 표현들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에 굳이 너무 구애되지 말고 과감하게 의견을 수렴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습니다. 강유정 대변인인 수석보좌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어떤 정책이든 목표와 방향은 분명히 하되, 이견이 있는 것들은 과정에서 합리적인 근거, 사회적 논의 바탕으로 조정해 갈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선택적 모병제 도입을 포함한 국방 개혁과 수사·기소 분리에 따른 빈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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