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선영 기자] 정부가 장기간 팔리지 않거나 활용되지 못한 수도권 공공택지의 비주택용지를 주택용지로 돌립니다. 새 택지를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공급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땅의 용도를 바꾼다고 바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구계획 변경과 지방자치단체·교육청 등 관계기관 협의, 교통과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검토가 뒤따르는 만큼 3만호가 실제 착공까지 얼마나 빠르게 이어질지가 관건입니다.
20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수도권 공공택지 내 비주택용지 49만평을 주택용지로 전환해 오는 2030년까지 3만호를 착공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9·7 대책에서 발표한 1만5400호의 입지를 구체화하고 1만4300호를 추가 발굴하는 방식입니다. 인천검단과 시흥거모, 의왕월암 등 3곳 4367호가 우선 공개됐습니다.
비주택용지 전환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공공택지에 장기간 묶여 있는 토지가 있습니다. 박용갑 의원실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5년 6월 말 기준 LH 미매각 토지는 전국 429만4897평으로 공급 금액은 17조5544억원입니다. 수도권에서 면적 3000㎡ 이상인 미매각 토지만 156곳, 63만5886평에 달합니다.
수년째 주인을 찾지 못한 땅도 적지 않습니다. 수도권 대형 미매각 부지 가운데는 2007년 처음 공급된 인천영종을 비롯해 2013년 김포한강, 2014년 인천청라 등 10년 이상 지난 토지가 포함됐습니다. 의원실은 수도권 1만평 이상 미매각 부지 10곳을 일정한 조건으로 주택으로 개발할 경우 1만9392호를 공급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실제 정부 공급 계획이 아닌 잠재 공급 규모입니다.
그동안 활용 가능성에 머물렀던 공공택지의 주택 전환은 이번 대책을 계기로 실제 사업 단계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우선 대상지부터 진행 단계는 제각각입니다.
시흥거모는 세 곳 가운데 가장 앞서 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시흥거모 공공주택지구의 지구계획 변경을 승인했습니다. 시흥시 관계자는 "용지 변경은 이미 완료됐고 고시도 나간 상태"라며 "시에서 추가로 진행할 행정절차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LH도 거모지구의 주택 전환 대상 2개 블록은 지난 2월 용도변경을 마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용도 전환 이전부터 단지조성공사가 진행돼 앞으로 주택건설 일정을 진행하는 단계입니다.
의왕월암은 아직 용도 전환 전입니다. 정부는 도시지원시설용지 등 3만6000㎡를 공동주택용지로 바꿔 611호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국토부와 LH는 지구계획 변경에 앞서 기반시설 관련 부서와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월암에서는 상·하수도를 비롯해 하수처리장과 배수지, 정수장 등 시설별 검토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오는 9월께 지구계획 변경을 신청해 올해 말까지 승인을 마친 뒤 2029년 착공하는 일정을 잡고 있습니다.
의왕시 도시계획 담당 부서에는 이날 현재 지구계획 변경과 관련한 공식 협의 공문이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의왕시 관계자는 "국토부와 LH가 사전협의를 하고 있고 협의안이 나오면 시와 관계부서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며 "현재 도시지원시설용지는 변동된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천검단도 관계기관 사전 협의 단계입니다. 정부는 도시지원시설용지 12만4000㎡를 공동주택용지로 전환해 2206호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국토부는 현재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LH가 내년 6월 지구계획 변경을 신청해 내년 말까지 승인을 받는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착공 목표는 2029년입니다.
검단지구는 일부 지역의 입주가 시작됐지만 이번 용도 전환 대상지는 아직 준공 전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검단은 현재 전체적으로 준공이 약 55% 진행된 상태"라며 "이번에 용도변경을 진행하는 지역은 아직 준공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8·13 대책 대상이지만 거모는 이미 용도 전환을 끝낸 반면 월암과 검단은 지구계획 변경에 앞선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기존 비주택시설을 전제로 짜인 계획에 공동주택이 들어서면 늘어나는 인구에 맞춰 기반시설 수용 능력도 다시 따져야 합니다.
정부도 이 같은 절차를 공급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공택지 지구계획 단계에서는 각종 영향평가와 광역교통 개선 대책, 지자체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칩니다. 정부는 관련 용역과 협의를 앞당겨 지구계획 단계에 걸리는 기간을 기존 24개월에서 13개월로 줄이고, 관계기관 협의 기간도 1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한다는 방침입니다.
행정절차 줄여도 '기반시설·학교·지역반발' 넘어야 착공
행정 기간을 줄이는 것만으로 끝나는 문제도 아닙니다. 공동주택이 추가되면 당초 계획보다 주거 인구가 늘어 도로와 대중교통, 상·하수도, 학교 등 기존 기반시설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월암에서 지구계획 변경 신청에 앞서 하수처리장과 배수지, 정수장 등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학교용지도 같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말 기준 수도권 LH 미매각 학교용지는 16곳, 22만1867㎡입니다. 용인흥덕과 수원호매실, 화성향남2 등 일부 부지는 10년 넘게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장기 미사용 학교용지의 주택 활용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설립 필요성이 낮아져 남은 땅이라도 주택이 들어서면 다시 학생 수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택 전환에 앞서 교육청과 학생 배치, 주변 학교 수용 여건 등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장기간 쓰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공급 대상을 더 넓히기 위한 제도 정비도 남아 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에 발표한 물량은 준공 전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발굴했습니다. 준공된 공공택지까지 전환 대상을 확대하려면 장기 미사용·미매각 토지를 재조정할 수 있는 공공택지 재구조화 제도가 필요합니다. 관련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본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뿐 아니라 기존 도시지원시설이 담당했던 기능과 지역 내 이해관계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송승현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지역에서는 주택이 많이 들어오는 것보다 업무·교육·연구시설 등 도시지원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원할 수 있다"며 "정부 의지가 강하면 행정적인 부분은 조정할 수 있겠지만 지역 주민과의 이해관계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도시지원시설을 주거시설로 바꾸는 데도 일정 시간이 걸리는 만큼 주택 공급 효과와 가격 안정 효과를 따져 기존 도시지원시설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 팔리거나 활용되지 못했던 공공택지를 주택 공급지로 돌리면 새 택지를 처음부터 확보하는 것보다 시간을 줄일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 공개된 사업지만 봐도 용도 전환을 끝낸 곳부터 기반시설 사전 협의를 진행하는 곳까지 단계가 다릅니다. 공공택지 49만평을 실제 3만호 착공으로 연결하려면 용도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계획 변경과 지자체·교육청 협의, 기반시설 확보와 지역 이해관계까지 계획한 일정 안에 풀어내는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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