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브레인 AI가 쉬지 않고 분석해 판단하면 사람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정창훈 SK에너지 제조AI추진팀장)
지난 10일 방문한 대한민국 ‘정유 1번지’
SK이노베이션(096770) 울산콤플렉스(CLX)는 인공지능 전환(AX)의 최전선이었습니다. 심장부인 중질유분해공정(HOU) 조정실에 들어서자, 현장 인력인 ‘보드맨’들이 빼곡한 모니터 너머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공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석유 정제 과정에서 가동 경제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지점을 찾기 어려운 만큼, AI가 무수한 변수를 단숨에 분석해 최적의 온도를 제안합니다. 사람(휴먼 브레인)과 AI(브레인 AI)가 빈틈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이른바 ‘듀얼 브레인’의 현장입니다.
울산CLX 고도화 시설(FCC). (사진=SK이노베이션)
듀얼 브레인 체계는 SK이노베이션이 주도하는 거대한 AX 혁신의 구심점입니다. 생산 최적화부터 공정 점검, 안전관리에 이르는 전 영역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작업자의 피로도와 데이터 측정 과정의 ‘휴먼 에러’를 단번에 잡아내겠다는 포석입니다. 그 변화를 증명하듯 이날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하는 초대형 공장 곳곳에서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선 엔지니어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엔지니어의 발길이 줄어든 현장은 2030년까지 공장 체질을 뜯어고치려는 맞춤형 AI들이 촘촘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잠재 위험 구역을 꿰뚫어 보고 점검 항목을 제시하는 AI ‘SHEild’는 이미 제2 고도화설비(No.2 FCC)와 HOU를 넘어 울산CLX 전역으로 영토를 넓혔습니다. 거대한 회전 기기의 미세한 이상 징후를 감지해 원인을 짚어내는 AI ‘SKADI’도 일부 구간에 투입돼 핵심 데이터를 축적 중입니다. 최적의 운전 조건을 찾아주는 유틸리티 AI까지 가세해 공장 운영 전반의 지능화 속도를 끌어올리는 모습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두뇌(AI)에 이어 직접 손발이 되어줄 로봇개와 드론 등 ‘피지컬 AI’의 현장 장악력도 커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일부 시설에서는 사람의 접근이 허락되지 않는 위험 구역에 피지컬 AI를 침투시켜 정밀 점검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공장 내부에 투입된 로봇개는 1대 규모지만, 향후 10대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SK그룹이 울산시 울주군 울산컨벤션센터(UECE)에서 열린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AVE 2026)에서 부스를 차리고 영상을 통해 ‘듀얼 브레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AX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60년 된 정유공장의 짙은 고민이 깔려 있습니다. 규모가 커지고 공정이 고도화되면서 사람의 힘만으로는 통제하기 벅찬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98개의 복합 공정이 서로 얽히면서 최적의 생산량과 수율 계산이 점점 난해해진 데다 60만㎞에 달하는 파이프라인도 3000명의 직원이 유지·보수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며 숙련된 노하우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공정과 공간, 인력이라는 ‘삼중고’를 넘어서기 위해 AX를 전면에 내세운 것입니다.
현장의 변화는 위에서 아래로만 향하지 않습니다. 직원들 스스로 AI를 직접 개발하며 AX 혁신을 주도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10일 열린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AVE 2026)’에서 공정 이상 징후를 묻자 즉각 해결책을 제시하는 에이전트 AI를 선보였습니다. 온전히 현장 직원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현장을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방문한 시설마다 새로운 솔루션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직접 확인했다”며 “굴뚝산업이라고 AI를 안 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당히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AI 도입으로 2030년 무렵 연간 생산성을 10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설비 가동 중단과 중대재해 사고 ‘0’을 달성해 운영 체계 전반의 안정성을 확고히 다질 계획입니다. 울산CLX에서 검증을 마친 AX 모델을 석유화학 업계 전체가 도입할 수 있도록 사업화하겠다는 청사진도 세웠습니다. 정 팀장은 “실제로 AI를 활용해 보니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어 방대한 공정과 설비를 바탕으로 실증 및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어느 석유회사든 쓸 수 있는 AI 제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화 모델도 꿈꾸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울산CLX 내부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울산=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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