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이 20년 만에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1980년대 조성된 14개 단지, 2만5000여가구는 재건축을 거쳐 4만7000여가구 규모의 신축 주거지로 탈바꿈할 예정입니다. 서울 서남권 최대 정비사업인 만큼 단지별 사업 추진 속도와 시공사 선정 구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14개 단지 가운데 8곳은 부동산신탁 방식, 6곳은 조합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3단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업시행자 지정이나 조합 설립을 마쳤고, 통합 심의와 시공사 선정 등 후속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목동 권역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비사업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목동 재건축이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2030년 11월 시행되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고도제한 새 기준이 있습니다. 김포공항 영향권인 목동은 최고 40~49층 계획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각 단지는 행정절차를 최대한 앞당기고 있습니다. 신탁 방식을 택한 단지가 절반을 넘는 것도 조합 설립 과정을 줄여 시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시공사 선정은 단독 입찰과 경쟁 구도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6단지는 DL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됐고, 10단지는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습니다. 12단지는 GS건설이 단독 응찰했으며, 13단지 역시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응찰해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 전략을 택한 결과입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반면 7·14단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7단지는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롯데건설, 14단지는 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 등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입지와 사업성이 뛰어난 핵심 사업지인 만큼 대형사 경쟁입찰이 성사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상품 경쟁도 한층 고급화되고 있습니다. 4단지는 평당 공사비를 1010만원으로 제시하며 목동 최초로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천장고 2.9m, 내구성 2급 구조, 확대된 커뮤니티와 지하주차장 등을 적용해 하이엔드 단지를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기존 6·10·12·13단지가 950만~990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공사비 상승과 함께 설계 수준도 새로운 기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재건축 기대감은 시장에서도 확인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실거주 목적 거래만 가능한 목동·신정동 일대의 7월 거래 건수는 1년 전보다 108% 늘었습니다. 재건축 기대감이 실수요 유입으로 이어지며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는 분위기입니다.
남은 과제는 이주와 교통입니다. 사업 시기가 비슷한 14개 단지에서 2027년 말 이후 순차적으로 이주가 시작되면 2만6000가구 규모의 수요가 목동과 인근 강서·영등포권 전세시장에 집중될 가능성이 큽니다. 양천구가 이주 수요 연구용역에 착수했지만 단지별 이주 시기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는 아직 미비합니다. 여기에 일방통행 위주로 설계된 내부 도로망은 재건축 이후 늘어날 인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비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법 리스크도 변수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재건축 인허가와 통합 심의의 핵심 권한을 쥔 만큼, 시정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목동은 결국 인허가 속도의 문제인데, 인허가를 내주는 서울시장의 임기 자체가 불확실해지면서 2030년 고도제한 시한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마쳐야 한다는 압박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절댓값보다 중요한 건 일반분양 수익으로 상쇄할 수 있느냐이고, 그 관건은 분양가상한제 확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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