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의 오염 경영)⑤“감시 안 닿는 전근대 제련소…대기·토양·수질 오염 ‘순환’”
공장 이전운동 주도한 김수동 안동환경련 대표
“협곡에 욱여넣은 공장 수명 이미 임계점 도달”
2026-10-27 06:00:00 ㅣ 2026-10-27 06:00: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산골짜기 오지에다 감시가 어려운 첩첩산중에 둘러싸여 있는 구조입니다. 약 15년 전 처음 석포제련소를 접했을 때 주변 나무들은 죽어 있었고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산을 깎아 지은 제련소가 골짜기를 차지하고 있었고 인근 주거지는 1970년대에 시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제련소가 마을 전체를 압도하는 듯한 풍경을 보며 이곳이 ‘영풍 공화국’이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좁은 협곡에 자리 잡은 석포제련소 1·2·3공장과 주거지역이 함께 담긴 위성사진 편집본. (사진=안동환경운동연합)
 
2014년부터 ‘석포제련소 이전 운동’을 이끌어온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제련소의 첫인상을 이같이 떠올렸습니다. 영풍(000670)을 “우리나라에 마지막 남은 전근대적 기업”이라고 평가한 김 대표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화재와 유출 사고 역시 단순한 관리 부실이 아닌, ‘구조적 수명’이 임계점에 달해 터져 나온 필연적 재난이라고 진단했습니다.
 
“1970년 산과 강이 맞닿은 협곡에 공장을 욱여넣듯 지어 아연 제련 시 발생하는 황산 가스 등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내부에 찰 수밖에 없습니다. 최신 설비나 정밀 기계들을 들인다 해도 독성 가스를 버티지 못하고 금세 부식돼 잦은 고장과 화재로 이어질 것입니다.” 대기오염 방지 시설이나 굴뚝자동측정기기(TMS) 등 주요 설비들이 화재로 타버리거나 고장 나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게다가 협곡 지형 탓에 강화된 현행 환경법에 맞춘 대규모 정화·폐수 처리 설비를 추가로 짓기도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했습니다. 공장 이전만이 해법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는 “대기오염물질이 나무를 고사시키고 토양으로 떨어져 지하수와 하천으로 스며든다”며 “대기·토양·지하수 오염이 악순환하며 낙동강 최상류 생태계 전체를 병들게 하는 구조”라고 비판했습니다. 새어 나온 오염물질은 주변 생태계에 뚜렷한 상흔을 남겼습니다. 지속적인 대기오염으로 수목이 고사하면서 제련소 뒷산은 헐벗은 ‘민둥산’으로 변했습니다.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제련소까지는 차로 3시간 가까이 걸려, 하천 오염 의심 신고를 하더라도 단속반이 현장에 도착할 즈음이면 이미 흔적이 사라지고 없어요.”
 
지난해 3월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가 국회에서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안동환경운동연합)
 
김 대표는 영풍이 주장하는 환경 개선 효과에 대해서도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영풍은 지난 5월 제련소 하류 하천수의 카드뮴·납·비소 등이 검출 한계 미만으로 나왔다며 차수벽·폐수 무방류(ZLD) 시스템 등 환경설비 운영 성과를 내세우면서 주변 대기오염물질(SOx·NOx) 농도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그는 “수백만 톤의 오염토를 부지 내에 그대로 둔 채 외부로 흐르는 오염수만 막은 임시방편”이라며 “흐르는 물만 측정했을 뿐, 무거운 카드뮴이 가라앉아 흡착된 강바닥의 돌이나 퇴적물은 검사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대기질 개선 수치 또한 환경 투자의 결실이 아닌 ‘강제 감산’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것입니다. 실제 8월 반기보고서를 보면, 영풍은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후 고려아연(010130)으로부터 맹독성 부산물인 ‘황산 취급 대행 계약’ 종료를 통보받았습니다. 이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마저 패소한 영풍은 공시를 통해 “향후 생산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가동 차질을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황산을 외부로 반출하지 못해 물리적으로 공장 가동률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굴뚝 오염물질 배출이 자연스레 줄어든 것을 ‘환경 개선’으로 포장하는 것은 심각한 통계적 왜곡”이라며 “실상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 했습니다.
 
석포제련소 인근 수목이 고사해 헐벗은 산비탈 모습. (사진=안동환경운동연합)
 
김 대표는 지난 2022년 안동댐 어류에서 기준치 2배에 달하는 수은이 검출된 사태의 원인 규명에도 수년째 앞장서고 있습니다. 현재 상류 어로 작업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기후부는 5억원을 투입, 진상조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고려대·포항공대·안동대 컨소시엄이 토양과 광미(광석을 빻아 금을 골라낸 뒤 남은 돌가루), 지하수 등을 종합 분석해 석포제련소와 폐광산 등 오염 진원지를 추적하고 있으며, 결과는 내년 초 발표될 예정입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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