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가 20년 전 악몽의 '데자뷔'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진 미국 경제는 물가 상승을 야기했고,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은 상원 6석과 하원 30석을 잃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이란 전쟁의 늪에 빠져 고물가·고유가로 전통 지지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2006년 공화당의 악몽이 트럼프 대통령을 덮칠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캔자스주 파크시티에 있는 하트랜드 크레딧 아레나에서 상원의원 후보인 공화당 소속 로저 마셜 후보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에 내준 '하원 30석·상원 6석'
26일 외교가에 따르면 오는 11월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의 판세는 2006년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2년 차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2년 '9·11 테러' 대응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이라크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됐습니다. 전쟁의 장기화로 미군 사상자가 늘었고, 전쟁 자체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겁니다. 여기에 중동 전쟁이라는 특성상 유가 상승과 물가 상승을 야기했으며, 공화당 핵심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부시 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등을 발판 삼아 하원에서 30석, 상원에서 6석을 순증했습니다. 특히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무당층의 여론이 민주당으로 향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20년이 지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도 일치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은 또다시 중동에서의 전쟁을 주도한 정당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안은 채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전쟁의 지속 기간에 있어 차이가 있지만 관건은 물가입니다. 미국·이란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는 유가 상승을 촉발했는데요.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연초 대비 59.7% 이상 상승했고, 같은 기간 경유는 83.5%가 올랐습니다. 공화당의 전통 지지층이 농촌 유권자들인데, 휘발유·경유 가격의 상승은 민심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일반 소비자물가를 크게 올렸습니다. 주로 중국 및 아시아 국가 수입 상품에 부과된 관세가 소비자물가 가격 상승을 유발했는데, 체감물가가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원도 상원도 '민주당 과반' 예측…"밥상머리 민심 상실"
전쟁과 고물가·고유가가 가리키고 있는 중간선거의 결과는 예견돼 있습니다. 현재 미국 하원·상원은 공화당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원 435석 중 공화당은 221석, 민주당은 214석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상원 100석 중에서는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거 예측 기관 '디시전 데스크 HQ'의 예측에 따르면 민주당이 하원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은 77%입니다. 구체적 의석으로 예측하면 민주당 235석, 공화당 200석을 전망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21석을 추가로 확보해 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한다는 전망입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상원 선거인데요. 선거 분석 기관 '디시전 데스크 HQ'에 따르면 민주당이 상원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은 56%입니다. 구체적 의석수는 민주당이 51석, 공화당이 49석입니다. 현재 상원 경합주는 알래스카·아이오와·캔자스·메인·미시간·오하이오·텍사스 등 7곳인데, 미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현재 공화당 의석인 곳입니다. 경합주별 여론조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2006년 부시 전 대통령의 중간선거에서도 공화당은 전쟁과 고물가·고유가의 여파로 상원 6석과 하원 30석을 잃은 전력이 있습니다. 이미 공화당의 텃밭까지 흔들리고 있는 만큼 2006년의 악몽이 다가오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워싱턴 D.C.의 엘리트들이 일으킨 전쟁에 남부와 중부 농민·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어리석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전쟁을 일으켰다"며 "중간평가 성격의 이번 중간선거에서 밥상머리 민심 자체가 좋지 않은 데다 견제 심리가 작동해 집권당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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