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태용 기자] 인천항만공사가 수십 년 적법하게 운영해 온 선박수리업체와의 임대 부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법원에 퇴거를 청구했습니다. 물양장의 공용 부지를 다른 업체들과 함께 이용했다는 이유로 사업장 계약 자체를 파기하려는 조치여서 공공기관으로서 비례 원칙 위반과 재량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천 제물포구 연안부두 물양장에 있는 선박수리업체에서 수리를 위해 어선을 크레인으로 올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2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공사는 2024년 1월 인천 중구(현 제물포구) 연안부두 인근 물양장 부지를 임차해 선박수리업을 해온 제일산업공사 대표 A씨를 상대로 가설건축물 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물양장은 전면 수심이 보통 4~5m 이내인 1000톤급 미만의 소형 선박이 접안하는 간이 부두를 말합니다. 인천은 무역항이 중심이어서 어선이 이용할 수 있는 물양장은 많지 않습니다.
공사가 제일산업공사를 내쫓기 위해 내세우는 조항은 사업장 임대계약서 제13조의 '항만 안전 및 운영 효율 저해'입니다.
그런데 갈등의 발단이 된 땅은 사업장(북성동1가 105-14 등 676.3㎡)이 아니라, 근처 공용 물양장(105-72 내 991㎡)입니다. 공용지 이용 질서에 마찰이 발생했다면 행정지도나 개별 시정 조치로 풀어야 하는데, 별개 토지의 문제를 이유로 생계 터전인 사업장 자체의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제일산업공사 폐업은 지역 어민들의 수리 인프라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연안부두 물양장은 2006년 어항구로 지정된 구역으로, 제일산업공사는 어선들이 접안해 긴급 수리를 받던 곳입니다. 현재 인천에 선박수리업체는 제물포구 만석부두에 소규모로 운영하는 몇 군데가 있을 뿐 수리 인프라 자체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인천 옹진군 연평면의 한 어민은 "어선 수리를 받으려면 충남이나 전북까지 가야 한다. 그마저도 3~4개월이 걸린다"며 "성어기에 긴급 수리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물양장 선박수리 산업 생태계에 있는 다른 업체들도 문제입니다. 이곳엔 제일산업공사 말고도 용접·스크류 등 다른 업체들도 선박 수리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선을 육지로 끌어올릴 수 있는 크레인을 보유한 제일산업공사가 문을 닫거나 자리를 옮겨야 한다면 다른 업체들도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퇴거 조치를 두고 '표적 행정' 의혹도 제기합니다. 업체 대표 A씨는 1200여명의 어민과 상인을 대변하는 '인천항 발전 협의체' 대표로서, 연안항 안전 문제와 부두 침하 등 공사의 부실 관리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습니다.
실제로 협의체는 어선의 접안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2021년 7월 연안부두 물양장 매립에 반대하며 해상 시위를 벌이고 총리실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후 공사는 자신들의 활동에 반기를 들어온 A씨를 상대로 2022년 문제의 물양장 부지 무단점유를 주장하며 1억8800만원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지금의 퇴거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A씨는 "괘씸죄가 적용된 것 같다"며 "대체 부지 마련도 없이 나가라면 어민들과 주변 업체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인천항만공사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공사 관계자는 "곧 1심 판결이 선고될 예정인 만큼 현 단계에서 시시비비를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 "판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신속하게 집행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사와 A씨의 토지 인도 청구 소송 1심 선고는 다음 달 11일 인천지법에서 진행됩니다.
최태용 기자 rooster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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