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은행권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직원 격려금 지급을 놓고 노사 간 줄다리기가 팽팽합니다. 주요 은행 노동조합은 성과에 맞먹는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사회적 여론과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노사는 4분기 노사 협의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지급할 연말 격려금 규모를 놓고 노사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직원 1인당 약 1000만원 수준의 격려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은행 노조는 약 500만원, 신한은행 노조는 200만원 안팎의 격려금 지급을 사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권의 격려금은 노동에 대한 보상 또는 특별 상여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과연동형 보상처럼 산식이나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진 항목은 아니며, 노사 협의와 경영 성과에 따라 유동적인 규모가 결정됩니다. 특히 격려금은 관행적으로 연말 혹은 임금·단체협약 과정에서 논의되는 경우가 많아, 지급 여부와 금액이 매년 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노조가 이번 연말 격려금 요구 수준을 높인 데는 은행권의 호실적이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올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사의 올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18조7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4468억원(8.7%) 늘었습니다.
금리 인하기인데도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3분기 기준 누적 38조6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97억원(1.09%) 늘었습니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으로만 보더라도 이자이익은 3분기 기준 누적 31조9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85억원(1.5%) 증가했습니다. 노조 측은 "임직원 공동의 노력으로 성과를 낸 만큼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측 입장에서는 부정적 여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간 금융권의 높은 연봉·복지 체계에 대한 인식과 맞물리며 '은행원 돈잔치'라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 올해 초 KB국민은행 노조는 임단협 결렬 이후 임금 300%에 1000만원을 더한 특별 격려금 지급을 요구하며 총파업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를 두고 "고물가·고금리 속 서민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은행권만 호황을 누린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사측에서는 격려금 지급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지 않지만, 지급 규모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격려금 자체는 원래 매년 상황에 따라 지급하고 있지만 내년에도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고, 금융환경 불확실성도 존재한다"며 "노사 협상 과정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는 모르겠지만 인건비 부담과 외부 여론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 수준의 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권 노사는 향후 실적과 사회적 기류 등을 함께 살피며 연말 전후를 목표로 협상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다만 노조의 요구 규모, 사측의 비용 부담, 여론의 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협상 타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좋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내년 금융시장 변동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노사 모두 급격한 충돌보다는 단계적 조율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역대급 실적을 앞세운 은행권이 연말 직원 격려금 지급을 놓고 노사 간 협상에 돌입했다. 각 은행 노조는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사측은 사회적 여론과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격려금 놓고 줄다리기 중인 은행 직원과 사측의 모습. (사진=챗GPT)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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