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독주로 이들을 편입한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쏠림 현상도 커졌습니다. 특히 코리아밸류업지수의 경우 주가 상승으로 두 종목의 비중이 비대해진 결과 ‘밸류업’의 특성이 크게 희석된 상황입니다. 한국거래소는 내년 6월로 예정된 정기 변경 때까지 편입 종목 비중을 조절하는 리밸런싱 계획이 없다고 밝혀 두 종목 쏠림으로 인한 관련 ETF들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공룡 쏠림에 ETF 변동성 확대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으로 대표 주가지수 내 두 종목의 합산 편입 비중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ODEX 200 ETF의 경우 삼성전자가 26.27%, SK하이닉스 17.58%로 두 종목이 43%를 넘어섰습니다. 코스피200의 경우 코스피 우량 종목 200개 중 해당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을 그대로 반영하는 지수라서 그나마 쏠림이 덜한 편인데요. 다른 지수들은 특정 종목으로 인한 왜곡을 막기 위해 비중 상한선을 설정해 놓았다가 변동성이 더욱 커진 상태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대부분 15% 캡(CAP) 조항이 있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월등하게 덩치가 큰 종목도 편입 비중 15%로 운용을 시작하며, 주가 등락으로 비중이 변하면 지수 정기 변경일에 맞춰 다시 15%로 조정됩니다. 하지만 정기 변경일이 지난 지 이제 5개월에 불과해 두 종목의 쏠림이 지속되는 한 관련 ETF들의 변동성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코리아밸류업지수처럼 밸류업을 강조한 ETF는 반도체 쌍두마차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 정작 ‘밸류업’의 특성은 희미해진 상황입니다.
밸류업지수 구성 종목 선별 기준엔 시장의 대표성(시총)과 유동성(거래대금), 수익성(순이익) 등이 포함돼 있지만 무엇보다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과, 저평가(주당순자산비율(PBR)), 자본효율성(자기자본이익률(ROE))을 함께 평가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100 종목을 선별해 지수를 구성하는데요. 문제는 지수 구성 종목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질주하는 동안 다른 종목들은 그러지 못해 두 공룡의 비중이 44%를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또한 SK하이닉스 비중이 27.39%, 삼성전자는 16.81%로 시총 2위 종목이 삼성전자를 10%포인트 이상 크다는 점도 특징적입니다. 코리아밸류업지수는 지난 6월13일 정기 리밸런싱을 통해 두 종목의 비중을 각각 15%로 재조정했습니다. 그 후 SK하이닉스가 폭발적인 상승을 기록하는 바람에 편입 비중 순위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친 것입니다.
수시 변경 가능하지만 안해
이로 인해 코리아밸류업지수는 시장의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 등과도 다르고 밸류업의 특성과도 멀어지게 됐습니다.
현재 코리아밸류업지수를 구성하는 100 종목 중 83개 종목은 편입 비중이 1%도 안 됩니다. 그 중 33개 종목은 0.1% 미만에 불과합니다. 지수 도입 초기 밸류업 성적이 좋아서 대거 승선했던 금융주들은 여전히 종목 수는 많지만 합산 비중은 크게 낮아진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쏠린 강세 랠리가 계속되는 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입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리밸런싱인데요. 코리아밸류업지수의 정기 변경일은 연 1회, 코스피200 선물시장 6월 결제 최종 거래일의 다음 거래일, 즉 6월 둘째 주 금요일입니다. 올해는 6월13일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초 대미 관세 충격을 딛고 지난 3월부터 천천히 상승세에 올라탔으나 본격적인 급등세는 9월 초부터 시작됐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9월과 10월 두 달 사이 주가가 2배 이상 뛰었습니다. 지수 리밸런싱이 이뤄진 후 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나 내년 6월이 오기 전까지는 지금의 종목과 비중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사이 종목과 비중을 변경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규정에 따르면 상장폐지 종목에 지정돼 주식 매매가 정지되는 등 불가피한 상황에 처할 경우 수시 변경이 가능합니다. 그 외에도 지수의 연속성 및 안정성, 지수 이용자 의견 등을 감안해 필요한 경우 구성 종목의 변경 시기를 달리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특정 종목의 편입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져 연계 상품 운용이 곤란한 경우 정기 조정 전이라도 수시로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수 이용자(자산운용사 등)들로부터 이와 관련한 의견을 들은 적이 없다”면서 “내년 정기 변경 때까지는 지금의 종목과 비중을 조절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일부 종목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수시 조정할 수 있다는 기준에 대해서는 “내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지금의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코리아밸류업 ETF이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비중이 50%를 넘은 코스피50 ETF이든 지수 자체의 변동성 조절은 기대할 수 없는 만큼 투자자 스스로 변동성을 피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밸류업을 좇는 방법밖에 없어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