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최근 수년간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거래대금 둔화 상황에 직면하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시장 확대와 규제 대응에 맞춰 인력을 늘렸지만 국내 거래소 수익 구조가 현물 거래 수수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보니, 거래대금 감소 국면에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1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빗썸의 임직원 수는 최근 4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두나무 임직원 수는 지난 2021년 말 370명에서 2025년 말 696명으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빗썸은 312명에서 638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인력 증가는 가상자산 산업 확대와 거래소 업무 범위 확장에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과거 거래소의 핵심 역할이 매매 중개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보안, 준법, 자금세탁방지(AML), 고객 확인, 이상거래 감시, 상장 심사, 서비스 운영 등으로 업무가 넓어졌습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모든 부문에서 인력이 증가했다"며 "가상자산 산업 자체가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운영 인력과 서비스·마케팅 인력, 지원 인력도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강화되는 규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도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최근 몇 년간 조직 규모를 키운 가운데, 거래대금 둔화가 수익성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지=Gemini)
문제는 거래소의 몸집을 키우는 동안 시장 지표는 오히려 둔화했다는 점입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거래 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3만개로 전기 대비 3% 증가에 그쳤습니다. 반면 일평균 거래 규모는 15% 감소했고, 거래소 영업손익도 38% 줄었습니다.
실적에서도 거래 둔화 흐름을 보였는데요. 두나무는 2025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0.0%, 26.7% 감소했습니다. 빗썸은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51.8% 줄었습니다.
다만 거래소 입장에서 인력을 시장 상황에 따라 즉각 조정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은 금방 상황이 변하지만 인력을 그때그때 늘리거나 줄일 수는 없다"며 "산업이 추세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제도와 규제 대응, 서비스 운영, 마케팅, 지원 인력은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거래대금 둔화에는 국내 거래소 특유의 알트코인 거래 수요 약화가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국내 거래소는 그동안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최근 시장 관심이 비트코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실제 거래 활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입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거래소는 비트코인, 이더리움보다 알트코인 수요가 많았다"며 "2024년 초반 비트코인 ETF 승인, 후반 트럼프 유세, 2025년 트럼프 취임 후 규제 개선 등으로 시장 관심이 비트코인에 집중됐고 상대적으로 알트코인은 소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거래소 가입 고객이 탈퇴는 하지 않지만, 거래는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거래대금 감소는 거래소 수익성과 직결됩니다. 국내 거래소의 주된 수익원이 거래 수수료이기 때문입니다. 김 센터장은 "거래대금이 줄면 수수료 수익이 줄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거래 둔화를 보완할 대안이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해외 거래소들은 선물·옵션·마진거래와 기관 고객 대상 서비스 등으로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국내 거래소는 현물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파생상품이나 마진거래를 위한 제도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해외 거래소처럼 서비스를 다양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 전문가도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은 법으로 금지돼 있고 법인 참여도 사실상 막혀 있다"며 "이런 제한이 없는 해외 거래소로 국내 거래 수요가 상당 부분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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