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카카오도 금융그룹 통합감독 받아야
2021-08-25 06:00:00 2021-08-25 09:05:55
카카오뱅크가 지난 6일 상장하자마자 금융주 1위에 올랐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상장 첫날 30% 올라 상한가인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시가총액은 33조원을 넘어섰다. 그때까지 금융주 1위였던 KB금융을 11조원 넘는 차이로 따돌렸다. 카카오뱅크의 기세는 그 후에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제는 전체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10위 안으로 당당히 진입했다.
 
카뱅은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다. '인터넷 전문은행법'이 비금융 기업이 은행 지분을 10% 넘게(의결권은 4%)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금산분리 규제의 족쇄를 풀어준 덕분이다. 이에 따라 '주인 있는' 은행으로 출발했다. 현재도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대주주인 IT 대기업 카카오가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다.
 
애초 인터넷전문은행이 국회에서 논의될 때 산업자본의 대주주 진입 허용을 둘러싸고 무수히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 과거 산업자본이 거느린 금융사들의 말로와 국가경제에 대한 민폐를 거울삼아 카카오 등 산업자본의 은행 대주주 진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의가 거셌다. 그렇지만 문재인정부의 '규제완화 강박증'을 틈타 무난히 국회를 통과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 기존 은행의 경쟁을 촉진하고 체질개선을 유도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논리도 큰몫을 했다. 이른바 '메기'역할론이다. 카뱅이 메기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카뱅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1등 금융사가 됐다.
 
그런데 카카오의 금융 진출은 은행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증권 보험 등 여러 분야로 손길을 뻗치고 있다. 
 
보험사업의 경우 이제 초인종을 울린 단계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가 카카오의 손해보험업 진출을 예비허가를 내줬다. 카카오손해보험은 자본금 1000억원의 디지털 보험사로 출범하게 된다. 보험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나 우편, 온라인 등 비대면으로 모집해야 한다. 
 
제약이라고 하면 제약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미 기존의 많은 손보사들도 온라인으로 영업하거나 온라인 손보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이 역시 큰 장애요인은 되지 않는다. 
 
카카오페이는 금융사는 아니지만, 간편결제 1위 기업으로 우뚝 서 있다. 신용카드사들과도 사실상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소유한 두나무도 카카오 관계사다. 금융그룹의 골격을 거의 갖춘 셈이다.
  
따라서 이제는 금융사 또는 금융지주사로서 책임감도 갖출 때가 왔다. 카카오그룹의 금융사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감시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자산규모 26조원을 헤아리는 카카오뱅크는 다른 금융사들과 똑같은 감독을 받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특히 대주주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도록 엄정한 감독이 필요하다. 인터넷은행법이라는 별도의 법이 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다. 
 
우선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에 카카오그룹을 편입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30일 발효된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에는 삼성 현대차 미래에셋 DB 한화 교보 등 6개 그룹만 대상에 들어가 있다. 카카오의 경우는 빠졌다. 은행자산이 20조원을 넘지만 증권은 1000억원 이하여서 제외됐다고 한 언론은 보도했다.
 
사실 카카오그룹은 전체 계열사가 100개를 웃돌 만큼 늘어난 데다 지금도 쉬지 않고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일부 분야에서는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일찍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아직은 계열사들이 대체로 큰 탈 없이 굴러가고는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어떤 계열사에서 어떤 문제가 생겨서 이웃 계열사까지 불운을 감염시킬지 알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카뱅이 숙주 노릇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뱅을 비롯한 금융사들을 지금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은 모든 것이 밝고 희망적으로 보이지만 언제 어떻게 폭풍우가 몰아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카카오만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경제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 유리하고 안정적일 때 불우해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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