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마다 '조마조마'…여권도 "또 터졌다" 한숨
윤 대통령 '일본 무릎' 발언 파장 일파만파
방미 계기 지지율 반등 기대감 '저멀리'
2023-04-25 16:22:21 2023-04-27 01:19:1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관계 관련 발언이 또 도마 위에 오르면서 여당의 촉각이 곤두섰습니다.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의 잇따른 설화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계기로 지지율 반전을 노렸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는데요.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정치권은 물론, 여론마저 술렁이자 여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일본 무릎' 오역 아니었다또 '망신' 자초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발빠르게 감싸기에 나섰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전 역사로 인해 일본이 사과하기 위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인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언급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을 향해 "(윤 대통령이) '사고 칠까 걱정이다', '공포와 불안의 한주가 시작됐다'고 하는 등 극단적인 유튜버나 할 막말이 민주당 공식 회의에 등장했다"며 "'국익 앞에 여야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대한민국 국회에서 실종된 현실이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외교까지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나쁜 관성에서 벗어나 무엇이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인지 다시 생각해보기를 바란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한일 간 안보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나머지 부분은 그 취지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발언을 두고 '영문 번역 과정에서 주어가 빠진 것인데, 야당이 침소봉대해 공격하고 있다'고 방어막을 쳤는데요.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은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고,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오역"이라며 "민주당이 실제 발언은 확인하지도 않은 채 반일감정을 자극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오역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인터뷰를 진행한 WP 기자가 원문 녹취록을 공개하며 직접 입장을 밝혔는데요. WP 도쿄·서울지국장인 미셸 예 희리 기자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통해 "번역 오류의 문제와 관련해 인터뷰 녹음본을 다시 확인해 봤다"며 "정확한 워딩이 여기에 있다"며 내용을 공개, 오역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바이든·날리면' 논란 때 윤 대통령 지지율 '뚝'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른바 '일본 무릎' 발언이 '저자세 외교' 논란과 함께 지난해 9월 미국 순방 당시 윤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재연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당시 '바이든·날리면' 논란은 결국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까지 이어졌는데요. 
 
실제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첫 번째 방미 이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실시한 결과(9월 26∼30일 조사·10월 3일 공표)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9월3주 34.6%에서 9월4주 31.2%로 3.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9월27∼29일 조사·30일 공표·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시 9월4주 28.0%에서 9월5주 24.0%로 4%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당 지지율이 늪에 빠진 상황에서 이번 방미 성과를 계기로 지지율 반등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요.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당혹스러움이 묻어나오는 모습입니다. 
 
여권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유승민 전 의원은 SNS를 통해 "아무리 선출된 권력이라도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일본에 대해 면죄부를 줄 권리까지 국민들이 위임하지는 않았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이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은 이번 발언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본 총리의 말인 줄 착각하고도 남을 만큼 매우 무책임하고 몰역사적인 인식을 드러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대일외교굴욕대책위원회, 강제동원 의원모임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발언은 '앞으로도 절대 한국에 무릎 꿇지 말라'며 일본을 두둔하는 메시지나 다름없다"며 "뺨을 맞고 뒤통수를 맞아도 여전히 일본의 선의를 기대하고 있는 무능한 대통령은 허울뿐인 대일 굴욕외교에 대한 집착을 그만 내려놓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사력을 다해 싸워도 부족할 판에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면 일본이 무엇을 두려워하겠나"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