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수도권 분양권의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축소된 지 한 달가량 지났지만, 분양권 거래는 크게 늘고 있지 않습니다. 실거주 의무와 높은 양도소득세율 등 아직 제거되지 않은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가운데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더해졌다는 분석입니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매제한이 풀린 지난달 7일부터 이달 4일까지 발생한 서울 분양권 거래는 38건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에 한 건꼴로 거래된 셈입니다.
전매제한 완화 직전 한 달(3월 6일~4월 6일) 동안 서울에서 18건의 분양권 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늘긴 했습니다. 다만 부동산R114 집계 결과, 서울에서 16개 단지, 1만1233가구(4월 9일 기준)의 전매가 가능해진 것을 감안하면 증가 폭은 미미합니다.
전매제한 완화 후 분양권 거래 현황을 보면,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1·2단지 14건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11건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밖에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주상복합 4건 △강동 밀레니얼 중흥S-클래스 3건 △힐스테이트 천호역 젠트리스 2건 등입니다.
거래 가격은 분양가 또는 이전 가격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4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1단지의 전용면적 59㎡ 분양권은 10억6206만원(21층)에 지난달 28일 직거래됐는데요. 해당 면적의 최고 분양가가 10억572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같은 아파트 2단지 전용 49㎡(21층)는 지난달 28일 6억65만원, 7억8950만원, 8억3065만원에 각각 팔렸습니다. 2건의 거래는 분양가(8억2870만원) 밑으로 매매됐죠.
서울 도심에서 바라본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단지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분양가보다 더 낮게 나온 분양권 매물도 있지만 대략 분양가 수준으로 보면 된다"며 "부동산 시장 상황이 안 좋은 데다 잔금을 치르기 어렵다 보니 가격 오름세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9년 7월 공급된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의 경우 전용면적 84㎡ 분양권이 최저 10억원(49층, 4월 10일)에서 최고 11억6670만원(62층, 4월 7일)에 거래됐습니다.
같은 면적은 지난 2021년 11월 13억5520만원(40층)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뒤 지난해 3월까지 13억5000만원(61층)에 매매됐습니다. 현재와 비교하면 2~3억원 가량 높은 가격입니다.
청량리역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분양권 호가는 중간층 기준 15억원대"라며 "10억~11억원대 매물은 현재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전점검 이후 본격 입주장이 열려야 매물도 늘고, 가격대도 정확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 집주인들이 입주할지, 팔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가격 변화에 따라 분양권 거래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수요자들이 지금 가격 수준이 적정한지 판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가격이 더 조정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거래량이 두드러지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또한 실거주 의무와 높은 양도세율도 걸림돌로 꼽힙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실거주 의무 폐지와 분양권 양도세 중과에 따른 부담이 해결돼야 한다"며 "현재 규제가 남아 있어 수요자들이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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