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또 충돌했습니다. 회의 시작 전부터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노트북에 붙어 있는 유인물 철거를 요구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고성으로 번졌습니다. 추 위원장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주축으로 한 국민의힘 의원 간의 기싸움에 법사위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국회 법사위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개혁 입법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청문회의 주요 목적은 검찰의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에 대한 경위 규명입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윤석열정부 비선 실세로 꼽히는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한국은행 관봉권을 포함한 현금 다발을 확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돈의 검수일, 담당자 등이 적혀 있어 자금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관봉권 띠지'를 분실했는데요.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이를 검찰의 조직적 증거 은폐로 보고 집중 추궁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청문회는 여야 신경전 끝에 시작부터 파행을 빚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치 공작, 가짜뉴스 공장 민주당'이라는 문구가 적힌 유인물을 노트북에 부착했고, 추 위원장이 이를 문제 삼으면서 불꽃이 튀었습니다. 노트북 유인물 중에는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을 제기한 서영교 민주당 의원과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때의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었습니다.
한 차례 정회 후 속개한 회의장에서도 혼란은 지속됐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 위원장을 향해 의사진행 발언을 재차 요구했고, 급기야 위원장석을 둘러싸며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추 위원장은 나 의원을 향해 "국회법을 안 지키면서 자꾸 간사를 소원하시나"라며 "초선 의원은 가만히 앉아 있고, 5선 의원은 불법 유인물부터 철거해주기 바란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유인물을 철거하지 않자 추 위원장은 나 의원과 조배숙·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퇴장을 명령했습니다.
또한 추 위원장은 "검찰 개혁되면 큰일 납니까"라며 "이렇게 하는 게 윤석열 오빠한테 무슨 도움이 됩니까 나경원 의원님"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인 윤석열씨와 나 의원의 인연을 부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나 의원은 "여기서 윤석열 얘기가 왜 나옵니까"라고 맞받아쳤습니다.
나경원 등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추미애 위원장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국 이날 오전 법사위 청문회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 속에서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막을 내렸습니다. 오후에 이어진 청문회는 시끌시끌한 상황 속에서 관봉권 띠지 분실에 대한 질의가 이뤄졌습니다.
서영교 의원은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관련해 담당자인 최재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에게 띠지를 누가 없앴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최 검사는 "저는 없애지 않았다"라며 "압수물 대조 과정에서 관봉이 풀어져 영치계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자리가 검찰에서 고의로 증거를 인멸하고 은폐했다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서 의원은 "최 증인이 이걸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고, 최 검사는 "(관봉권 띠지를) 없앴느냐에 대해서 아니라고 말했다"고 재차 부정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만났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한덕수·조희대의 회동을 포함해서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국기 문란에 대해 현안 청문회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며 "대법원의 대선 개입은 국헌을 문란한 사안으로, 청문회를 통해서 그 진상을 밝히고 수사해야 하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지금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고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 대법원장은 지난 5월 1일 '이재명 대표 파기환송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자리에 조희대를 불러서 왜 그랬는지를 물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추 위원장을 향해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10명과 재판연구관들까지 전부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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