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개혁 가장한 '민주주의 적'
(창간 17주년 특별기획: 2023 대한민국 보고서)
윤석열당·이재명당…계파·파벌 정치로 '정치 실종'
'개딸' 등 극단적 팬덤정치, 정치 피로감만 높였다
2023-05-11 06:00:00 2023-05-11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당의 상태는 그 나라 정치체제의 본질을 보여주는 최고의 증거다."
 
미국 정치학자 엘머 에릭 샤츠슈나이더가 지난 1942년 출간한 '정당 정부'에서 한 말입니다. 윤석열정부 취임 1년, 2023년 5월 현재 한국의 정당들이 보여주는 정치체제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한 문장입니다.
 
새 정부 출범 1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 정치권은 국정 현안과 민생은 제쳐두고 집안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계파·파벌 정치로 정치 실종 사태까지 초래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실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친명(친이재명)'·'개딸(개혁의 딸)' 등과 같은 신조어가 보여주듯, 권력·사람 중심의 계파와 공천권을 놓고 벌어지는 헤게모니 쟁탈전, 팬덤정치 속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감 등이 자리 잡은 게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입니다. 
 
검핵관·윤핵관부터 개딸까지"정치가 실종됐다"
 
윤석열정부 지난 1년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평가 중 하나는 "정치가 실종됐다", "협치가 사라졌다" 등입니다. 이 같은 평가는 의회뿐 아니라 정치 경험이 일천한 '최초의 0선'이자 '검사 출신' 대통령이 등장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실제 '평균'이 실종됐습니다. 평균이 실종된 자리엔 '양극화'만 남았고 동력 없는 일방적 개혁에 정국은 이완 없는 긴장 상태로 고정됐습니다.
 
여당이 지난 1년간 한 일을 되짚어 보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만 보입니다. 특히 '윤핵관'의 권력투쟁이 가장 두드러졌는데, 지난 3·8 전당대회 때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윤핵관의 저력은 가히 놀라웠습니다. 또 검핵관(검찰 출신 핵심 관계자)',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등의 부상도 눈에 띕니다. 국민의힘은 탄핵 후 지리멸렬하다 간신히 이긴 대선으로 기사회생했지만 민생·경제에 시커먼 먹구름이 드리워도, 지지율이 뚝뚝 떨어져도 집안싸움에만 매몰돼 있었습니다.
 
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5년 만에 야당이 된 민주당은 국민이 반성과 숙고를 요구했지만 여전히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프레임에 갇혀 있었습니다. 특히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정부·여당 견제를 명분으로 의석수를 앞세워 입법 강행에 나섰고, 이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이 보여준 극단적 팬덤정치는 정치 피로감을 더 높였습니다. 개딸이 보여준 온갖 협박과 욕설, 문자 테러 등은 진보의 부도덕한 이미지를 더 선명하게 각인시킨 꼴이 됐을뿐더러, 민심과 더 멀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각에서 개혁을 가장한 '민주주의 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어린이 안전 포럼 주최 어린이 안전 헌장 선포식에 참석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주의 갉아먹는 '팬덤정치'양극단만 판친다
 
정치권에서는 계파·파벌 정치로 인한 정치 실종 우려와 함께 팬덤정치 속에서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감과 효능감 저하로 미래를 향한 진지한 논의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도, 야당도 싫다"는 무당층이 급증했다는 통계만 봐도 현재 대한민국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혐오증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또 개딸 등 한국 정치의 이상 현상으로 지목받는 팬덤정치에 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팬덤정치는 상대방을 적대시하고 몰락시키기 위해 싸웁니다. 정당 간 격돌만이 아니라 당내 주도권을 두고도 파벌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심화시켜 정당마저도 파괴로 이끌 위험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한국 정치 현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팬덤정치·진영대결정치 타파, 공생정치를 모색하는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민의 국회 불신을 언급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 5년 단임제와 승자독식의 현행 소선구제를 바꾸는 정치개혁을 호소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역동적 정당민주주의가 실종됐다고 지적하며 정치의 본래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민의의 전당이 활성화되고 삼권이 경쟁하면서 민주주의가 꽃피는 것이 의회정치의 복원인데, 지금은 정치가 아예 실종된 상태"라고 비판하면서 "정치 실종 상태는 가장 뼈아픈 대목이며 국민 편 가르기로 사회 통합이 요원해져 버렸다. 정치를 복원시킬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2월4일 서울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 국민보고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연설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지지층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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