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미국 관세 부과 가능성과 중국 경기 부양책으로 구리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구리 가격이 톤(t)당 1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적용 가능한 전선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입니다.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뉴시스).
1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 현물 가격은 지난 14일 기준 t당 9758.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연초 8685.5달러 대비 12% 상승했습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등에 따라 구리는 최근 수요가 오르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는 추세입니다.
특히 미국 정부가 구리에 관세를 부과를 시사하면서 가격이 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미국의 구리 수입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에 관세가 부과되기 전 미국에 구리를 보내려는 움직임이 늘어났고, 미국 외 지역에서 구리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올랐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구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정치 행사 양회에서 7350억위안(약 147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산업 원자재인 구리 수요가 늘어난다는 분석입니다.
구리는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세계 구리 주요 생산국인 칠레의 구리 생산량은 2023년 525만t을 기록했습니다. 2003년 492만t 이후 최저치로 이상기후 등을 이유로 생산량이 감소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구리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미국 대형은행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3개월 내 구리 가격이 t당 1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당초 씨티그룹은 올해 2분기까지 구리 가격이 8500달러 선으로 떨어질 것이라 예측했는데, 이를 철회한 겁니다.
이는 전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전선업계는 주요 계약에 원자재 가격을 판매가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원가연동형) 조항을 넣기 때문입니다.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타격이 적을 뿐만 아니라 가격 상승으로 매출 향상도 노릴 수 있습니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에 따라 판가가 오르기 때문에 매출이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선업계는 구리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거나 원자재 선물 거래 등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해 확보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고 대내외적으로 변수도 많은 상황”이라며 “구리는 장기 계약으로 물량을 조달해 공급 부족 상황에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