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윤석열씨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평의가 길어지는 가운데 국민 통합을 위해선 헌법 재판관 8인이 전체 의견을 모은 '전원일치' 선고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갈라진 국론을 통합하고, 탄핵 선고 이후의 벌어질 사회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재판관들의 일치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헌법재판관 등이 2월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일치된 재판관 목소리 주목
지난해 12월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때로부터 계산하면, 윤씨 탄핵심판은 17일 기준으로 93일째를 맞았습니다.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가운데 최장기록입니다.
앞선 대통령 탄핵심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 2번이 있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63일, 박 전 대통령은 91일 만에 선고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윤씨의 선고는 이를 넘어선 겁니다.
헌재의 선고가 길어지는 이유는 사회혼란 최소화를 위해 전원일치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윤씨 탄핵 선고를 놓고 탄핵 찬성 측과 탄핵 반대 측으로 진영이 나뉘어 사회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서입니다. 이런 판국에 헌재까지 갈라진 의견으로 선고를 내린다면 선고 이후에도 국론 분열에 따른 혼란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헌재는 재판관 8명의 일치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고심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윤씨가 파면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인용 또는 7명 내지 6명이 탄핵에 찬성해야 합니다.
재판관 전원일치가 아닌 찬성 6명 또는 7명으로 탄핵이 이뤄져도 파면은 가능하지만, 후폭풍은 거셀 전망입니다. 가뜩이나 갈라진 국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면서 사회혼란은 불가피한 겁니다. 윤씨 측 또는 아스팔트 보수의 탄핵 불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명 전원일치 절실
헌법적 가치는 인간이 사회적 공동체로 살아가면서 함께 지켜야 할 규범적 범위로 규정됩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약속한 규범을 바르게 지키려는 의지와 공동선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담은 최소한의 규범입니다.
공동체의 공존을 위한 최소한 도덕을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의 가치로 삼은 겁니다. 세부적인 규범은 헌법이 법률에 위임하면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행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헌법적 가치를 설득하고, 민주시민의 덕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헌법 기관으로 설치돼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지닌 헌법 재판관들도 이런 명제를 모를 리 없습니다. 탄핵으로 쪼개진 국론을 다시 보듬고, 헌법 가치에 따라 통합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최근 헌재의 선고에도 통합에 대해서 헌법 재판관들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헌재는 지난 13일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습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탄핵에 대해서도 전원일치 기각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이미선·정계선·정정미 재판관 등 3인은 별개 의견을 제출했니다. 그러나 전체 결론인 탄핵 기각에는 동의하지만, 이견은 있다는 뜻 정도를 나타낸 겁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점입니다. 윤씨 측은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민주당의 정부에 대한 무차별적인 연속 탄핵소추를 비상계엄의 이유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헌재는 국회의 탄핵이 '무리한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습니다.
윤씨에 대한 선고는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초엔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가 금요일에 이뤄진 만큼 금요일인 21일이 유력합니다. 물론 단언하기는 힘듭니다.
일각에서는 3월 말 또는 4월 초로 선고가 훌쩍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합니다. 그렇지만 선고기일이 늦춰질수록 국론 분열이 깊어지고, 국가 경제에 주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법조계에선 3월 안에는 윤씨에 대한 탄핵 선고가 어떻게 해서든 판가름이 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헌재 입장에서는 선고 후 사회적 혼란 최소화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개인들끼리도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힘든 마당에 사안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헌법 재판관의 견해를 하나로 모으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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