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손익계산서'…미·중-미·북 정상회담 '방향타'
'전면 휴전·영구적 평화' 중동서 논의…백악관 "미·러 관계 개선 미래 큰 이점"
2025-03-19 16:59:36 2025-03-19 18:14:39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미국과 러시아가 '에너지·인프라 공격 중단'이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의 '부분 휴전안'에 합의했습니다. 이번 협상에 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의 '실익'을 챙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화적 중재'의 동력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집중한 장면은 북·중·러에 대한 새로운 질서 정립의 신호탄으로, 미·중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익 챙긴 '푸틴'…체면 살린 '트럼프'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미·러 정상 통화에 대해 "두 정상이 '에너지와 인프라 휴전'과 함께 '흑해 해상에서의 휴전 이행과 전면 휴전과 영구적 평화'에 대한 기술적인 협상을 통해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 시작될 것이라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우크라이나와 30일간 에너지 인프라 공격 중단에 합의했다고 공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번 통화는 약 90분가량 진행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전면 휴전안'을 제시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휴전 이행 통제 문제와 우크라이나 군의 재무장 우려 등을 언급하면서 양국 정상은 부분 협상으로 선회했습니다. 
 
이 외에도 미·러 양국은 전면적 휴전과 영구적인 평화에 대한 협상을 중동에서 즉시 시작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추가 논의에 나섭니다. 
 
그런데 부분 휴전안 협상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확보한 건 러시아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전황은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30일 전면 휴전이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인프라 공격 중단이라는 부분 휴전에 따라 러시아는 실질적인 '공세'의 시간을 번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미 2023년과 2024년에 에너지·인프라 공격 중단이라는 부분 휴전에 근접한 바 있다"며 "이는 사실상 가장 낮은 수준의 합의에 해당한다. 사실상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협상의 모멘텀을 살리며 체면을 세워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협상으로 평화 중재를 위한 동력을 이어가게 된 겁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정보 지원 중단이라는 러시아 측의 난감한 요구를 받아들게 됐습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완전한 이익만을 가져간 건 아닙니다. 평화와 관련한 협의가 이미 본궤도에 오른 만큼 완전한 휴전에 부정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2017년 7월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미·러 관계 개선 '초점'…푸틴 역할론 '주목'
 
이번 협상과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는 "푸틴이 극단적 목표에 대해 타협할 의지가 있다는 징후는 없었다"며 "그의 목표는 사실상 독립 국가로서 우크라이나의 존립을 끝내고, 옛 철의 장막 동쪽으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대부분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부분 휴전이라는 최소한의 협상에만 임하고 자신의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철했다는 건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협상 방식이 주목받는 건 "머지않아"라고 언급한 미·중 정상회담과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미·북 정상회담에 방향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러 정상은 이번 통화에서 양국 간 아이스하키 경기 개최에 공감대를 이뤘고 전략 무기 감축을 위한 논의도 일부 진행했습니다. 이는 미·러 관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백악관은 "두 정상이 미국과 러시아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개선된 미래에는 큰 이점이 있다. 여기에는 평화가 달성됐을 때의 막대한 경제적 합의와 지정학적 안정이 포함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권위주의 대 민주주의'라는 기존의 세계 질서를 깨고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초점을 맞춘 셈입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은 중국·북한에도 적용될 수밖에 없는데요. 러시아와의 군축 및 비확산 관련 협상에 중국을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패권 독점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미·중·러 3강의 공동질서를 보고 있는 듯하다"며 "결국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이격시키는 목표를 가지고, 러시아와의 관계 정립에 우선하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러시아는 북한과 동맹 조약을 맺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도 대화가 되고 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중재자 역할을 했던 것처럼 북·미 관계 정상화와 관련한 조치를 취하며 협상을 진척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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