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9일 "개혁의 과정에는 저항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습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대통령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필요하지만, 2심 재판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갈등 있어도 국민 뜻 따라야"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원래 변화, 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변화에 따라서 이익을 보는 쪽, 변화에 따라서 손해를 보는 쪽이 있기 마련"이라며 "저항이 없는, 또는 갈등이 없는 변화는 변화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당연히 잃은 쪽은 잃기 싫어하고 부당한 것을 개선하려는 쪽은 욕구가 있기 마련인데, 이 두 가지가 일치할 수 있겠냐"며 "개혁이라는 원래의 뜻이 가죽을 벗긴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또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서 정상화시키려면 약간의 갈등과 저항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그것을 이겨내야 변화가 있다"면서 "그런 것을 하지 않으면 대체 뭘 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습니다. 개혁의 방향성을 언급한 이 대통령은 국회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도 직접 밝혔습니다. 그는 "입법을 두고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며 "그런데 이런 부분도 국민적인 상식, 원칙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의사, 주권자의 뜻을 존중해서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했습니다.
특히 "언제나 잊지 말아야 될 것은 이 나라는 소수 권력자들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는 사실"이라며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또 국민을 위한 정책 또는 입법 과정에 약간의 갈등과 부딪힘이 있더라도 국민의 뜻에 따라서 필요한 일들은 해 나가야 되겠다"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날 오전 발언은 다양한 해석을 낳았습니다. 민주당이 전날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위헌 소지 논란이 일고 있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뒤 내놓은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민주당의 입법 움직임에 판사 대표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날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은 위헌성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관련 해석에 명확한 답을 내놨습니다. 우 수석은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대통령은 개혁주의자이지만 방법에선 실용주의자"라며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자, 그런데 2심부터 하자는 게 대통령 생각"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이 주신 여러 번의 지침이 '개혁을 미루지 마라, 그런데 지혜롭게 해라'"라며 "'지혜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는데 자꾸 싸우는 방식으로 하는 게 개혁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씀하신다)"라고 했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저렇게 말하면 '막 밀어붙이라는 건가 보다' 하고 (당에서) 막 하면 대통령은 '당이 요즘 자꾸 왜 이래요'라고 말씀하신다"며 "이게 '왜 개혁을 하지'라는 말씀이 아니다. 개혁은 하라는 얘기고 방법을 지혜롭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을 가졌습니다. 이날 만찬이 해외 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종료에 따른 후속 논의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내란전담재판부 등의 방법론도 오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불 붙는 '내란재판부'…조국혁신당안 '유력'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따라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한 논의는 다시 불붙을 전망입니다.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란전담재판부)법안은 위헌 시비가 있을 뿐 위헌 소지가 없다"며 거듭된 추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추 의원은 "이 법은 일찌감치 (내란 재판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이 기각 당하고 지귀연이 (윤석열을) 석방시켜 버리고 할 때부터 특별한 재판부가 필요했던 것"이라며 "민주당이 너무 쫄았다"고 짚었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의중이 명확해진 만큼, 속도 조절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전망입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위헌 소지를 없애고 2심부터 가동되도록 하는 것이 '정도'"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습니다.
그는 "새 재판부로의 이송 여부 결정은 지귀연 재판부가 하고, 이송 결정 후에는 '법관회의'가 개최돼 (재판부 법관 후보를) 추천받아야 한다"며 "법관회의는 이 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발표한 바, 추천이 신속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개혁 5당 원내대표단 회의체' 구성을 통한 논의를 제안한 만큼 관련 논의가 주목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