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헌법재판소가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 탄핵 선고 전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사건을 24일 먼저 선고하기로 했습니다. 윤씨 탄핵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는 헌재 기조와 달리 한 총리 선고기일이 먼저 잡힌 겁니다.
일각에선 앞서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4명의 줄탄핵이 모두 기각됐기 때문에 한 총리에 대한 헌재의 결정마저 '각하·기각'으로 나오면 윤씨 선고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헌재의 탄핵 결정문들을 살펴보면 헌재는 윤씨의 헌법 위반이 적극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느냐를 더 중요하게 따질 걸로 보입니다.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법재판소)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한 총리를 (탄핵심판) 기각을 하게 되면 그 논리적 일관성으로 보면, 절차적 문제를 문제 삼아서 대통령 각하의 가능성도 있다고 보시는 분들이 있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기각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헌재는 13일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 위반이 중대해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신 대변인은 헌재가 줄탄핵을 모두 기각시킨 논리적 일관성을 따지면 한 총리와 윤씨 역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할 정도의 법 위반이 중대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줄탄핵 기각 판결과는 별개로 헌재 결정문에는 오히려 윤씨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만한 내용들이 담겼습니다. 우선 헌재는 최 감사원장에 대한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이 법질서를 무시하거나 이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도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적극적인 의도'가 담긴 판례는 앞서 2004년 5월1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헌재가 내놓은 바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그해 2월24일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고 말했다가 탄핵됐습니다.
그런데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선고하면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다거나 법치국가 원리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는 중대한 위반행위라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즉 여당을 지지해달라는 발언 그 자체가 적극적 의사를 가지고 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윤씨의 경우엔 상황이 다릅니다. 윤씨가 적극적 의도를 가지고 국회 해산을 시도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윤씨가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이 헬리콥터를 타고 국회로 진입했고, 국회 창문을 깨고 본관 내부로 진입한 것은 언론 보도와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모두 공개됐습니다.
특히 비상계엄 직후 윤씨와 면담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대표에서 물러난 후 출간한 자신의 저서에서 "대통령이 국회 해산도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지 않았느냐"라고 발언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검찰총장까지 했던 윤씨가 헌법에도 없는 국회 해산권을 언급하면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한 겁니다.
비상계엄은 12월3일 밤 10시23분에 선포됐고, 국회에서의 계엄 해제안은 이튿날 새벽인 4시30분에 의결됐습니다. 만약 국회가 조금이라도 늦게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면, 윤씨는 정말 국회를 해산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윤씨의 탄핵울 반대하는 쪽에서는 야권의 '줄탄핵' 그 차제도 문제 삼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헌재는 이창수 지검장 등 검사 3명을 기각하면서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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