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김태은 기자] '12·3 비상계엄'부터 '탄핵', 그리고 '대행의 대행의 대행'까지 정국이 혼란스러운 틈을 탄 윤석열정부의 '알박기 인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장만 총 49명인데요. 알박기의 중심에는 검핵관(검찰 출신 핵심 관계자)과 윤핵관(윤석열씨 핵심 관계자), 모피아(기획재정부와 마피아 합성어로 경제 관료 카르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공석과 임기 만료 상태인 공공기관이 48곳에 달해, 최대 100여곳의 알박기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탄핵 후에도 '보은'…윤핵관·검핵관·모피아 '중심'
8일 <뉴스토마토>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의 임원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비상계엄 이후 새로 선임된 공공기관장은 총 49명,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공공기관은 총 48개로 확인됐습니다.
알리오에 공개된 공공기관은 본부기관 331개와 부설기관 13개 등 총 344개입니다. 이중 전체의 약 14%인 49개의 기관장이 12·3 비상계엄 이후에 임명됐습니다.
49개 기관장 중 약 94%에 해당하는 46개 기관장은 국회가 윤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윤씨에 대한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되레 기관장 임명에 속도를 붙인 겁니다.
비상계엄 전날에는 윤두현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이 임명됐는데, 윤 사장은 박근혜정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인물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던 1월과 3월에도 알박기 인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특히 여기에는 검핵관과 윤핵관, 그리고 모피아가 중심에 섰습니다.
지난 1월 16일 최춘식 석유관리원 이사장이 임명됐습니다. 최 이사장은 21대 국민의힘 의원을 지냈습니다. 3월 임명된 김삼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 의원 출신으로 20대 국회의원 출신입니다.
지난 4월 4일 헌재가 윤씨를 파면한 이후에도 알박기 인사는 반복됐습니다.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 됐고,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대행 체제 하의 임명이었습니다. 파면 이후 공식 임명된 기관장만 해도 9명이 넘습니다.
특히 탄핵 심판을 받다 헌재의 기각 결정에 따라 업무에 복귀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검찰 출신 인사를 기관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김영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대표적인데요. 김 이사장은 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대검 조직범죄과장 등을 지낸 '강력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입니다. 새정부 출범을 50일 가까이 남겨 둔 상황에서 사실상 검찰에 보은성 인사를 한 셈입니다.
알박기 인사는 '대행의 대행의 대행'인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지난 7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에 정정훈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임명했습니다. 임기가 불과 한 달인 권한대행의 알박기도 논란인데, 정 전 실장은 90조 세수 펑크의 책임을 져야할 기획재정부 관료입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란 은폐 및 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는 "세수정책 실패의 책임자가 공공자산과 국유재산을 책임지는 캠코 사장으로 내정된 것은 전형적인 보은성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대대행까지 '권한 남용'…최대 50곳 '타깃'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까지 26일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동안 추가적인 알박기 인사를 행사할 우려가 제기됩니다.
본지가 알리오를 통해 확인한 공석 및 임기 만료 공공기관은 △강원랜드 △공영홈쇼핑 △한국가스기술공사 △서민금융진흥원 △한국공항공사 △한국관광공사 △한국마사회 등 48개입니다. 대선 직후인 6월 6일과 6월 8일 임기가 끝나는 △한국산업은행 △한국항로표지기술원까지 합산하면 총 50개의 공공기관에 기관장 자리가 빈 셈입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조만간 임명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5일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최종 후보자 3인을 제청했습니다. 여기에는 이용호 전 국민의힘 의원과 박근혜정부 인사가 포함됐습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지난 2월 임기가 종료된 한국마사회에도 윤핵관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알박기 인사 저지 특위는 "4월 25일 기획재정부 소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한국마사회장의 최종 후보를 은밀히 의결했다"면서 "내부적으로 밀고 있다는 김회선은 (윤씨의) 서울대 법대 선배이자 전 검사장 출신이며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또 다른 유력 후보 김경규는 농촌진흥청장 출신이지만 윤석열 캠프에 참여해 윤석열과 함께 이름이 계속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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