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80조원 선물 보따리 푼 재계…관세 압박 줄어들까
현대차 31조·대한항공 48조 투자·구매
흡족한 트럼프…관세 압박 완화 기대감
투자 확대 '긍정적'…관세 철회는 미지수
2025-03-25 16:59:28 2025-03-25 16:59:28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현대차그룹이 210억달러(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대한항공(003490)327억달러(48조원) 규모의 미국산 여객기·엔진 구매 계획을 공개하는 등 국내 기업이 속속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풀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 발표 장소로 기꺼이 백악관을 내주며 위대한 기업이라고 추켜세우는 등 흡족해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에 내란 사태 이후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정상 외교 공백 상황 속 개별 기업의 노력으로 미 정부의 통상 압력을 낮출 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백악관서 대미투자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24(현지시각)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2028년까지 향후 4년간 21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발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주요 기업이 단행한 첫 투자 계획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6일 준공식을 앞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완성차 생산 능력 확대와 현대제철의 자동차강판 특화 전기로 건설, 로봇·인공지능(AI) 등 미래분야 협력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부문에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미국내 주요 산업인 자동차 분야 현지 일자리 확대와 미국 철강 자급력 강화,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 등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의제에 맞춤형 선물 보따리를 꾸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정 회장의 발표 전 아름다운 발표를 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진정 위대한 기업인 현대와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고 추켜세우는 등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한항공-보잉·GE에어로스페이스 간 협력강화를 위한 서명식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에 앞선 21(현지시각) 대한항공도 미국의 글로벌 항공 제작사 보잉과 세계 최대 항공기 엔진 제작업체 GE에어로스페이스와 항공기·엔진 구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327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계약입니다. 이들 3사는 이번 계약 체결 전 협력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서명식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함께했습니다. 특히 러트닉 장관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을 이끄는 핵심 인물로 해외 기업의 구매 행사에 참석한 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폭풍 속 긍정적인 시그널로도 읽힙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과 관련 부과 발표를 한 뒤 얼마 안 있어 예외를 두는 등 예측불허의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정책에 강하게 반영된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상 외교 공백 상황 속에서 이뤄진 국내 기업의 대규모 투자·구매 계획 발표가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전반에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 관세 압박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차의 신규 투자 전격 발표에 이어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투자 확대도 관심사입니다. 이미 미국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 건설에 삼성전자는 370억달러(54조원) 이상을 SK하이닉스는 387000만달러(56000억원)를 각각 투자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포스코 역시 철강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상공정분야 투자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 3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중 8000억원을 미국 시장 등을 겨냥한 해외 조선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내 개별 기업의 투자 확대가 트럼프 정부에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실제 관세 완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미국 시장에 접근을 하려면 현지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시그널을 확실히 준 것으로 기업의 투자 확대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어느 정도 호감도를 줄 수 있지만 정작 수출품에 대한 관세 완화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아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관세 문제는 트럼프와 우리나라 정상간 얘기가 되어야 할 부분으로 한국이 이렇게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은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불공정하게 무역을 하기 때문에 흑자를 보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 투자로 인해 관세 계획이 철회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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