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오랑캐 땅이라 화초가 없어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 자연스레 허리끈 느슨해지니 몸매를 가꾸기 위함은 아니라네."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소군원>에는 한나라 때 오랑캐 첩이 되는 궁녀 왕소군의 심경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는 두 번째 구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흉노 땅에서 맞이한 그녀의 봄이 슬픔·절망 속에 얼마나 사무친 심정인가를 말해준다. 애절한 심정은 오늘날 봄 같지 않은 고약한 날씨로 비유되곤 한다.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청명을 앞둔 어느 날. 완연한 봄이겠거늘 고심도 없이 외투하나 걸치지 않은 옷차림이 오한을 불러왔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도 깨어난다는 경칩이라면 늦은 한기가 그러려니 할 테다. 그러나 따스한 볕을 쬘 수 있는 낮의 길이가 더 긴 춘분을 훌쩍 지나 으슬으슬이라니.
봄 농사를 준비하는 절기 청명을 닷새 앞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꽃이 활짝 핀 목련 나무 위로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악스러운 이상 저온 현상에 혀만 내두를 뿐이다. 봄보리를 간 농가에서는 담벼락을 고치고 들나물을 캐 먹는다지만 낮은 기온, 불안정 대기는 왕소군의 심정보다 더한 나날을 맞고 있다.
계속되는 강풍과 건조한 대기는 화마를 일으켰고 3월 말 일부 지역은 마른 하늘에 눈까지 내렸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대기 환경의 위기는 인간의 무지와 결합해 대규모 괴물 산불로 진화하는 등 농어촌 마을을 집어삼켰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의 연중화, 대형화는 산불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공식화하기까지 이르렀지만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는 처참했다. '여의도 156개 면적 잿더미',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