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주요 2개국(G2)인 미·중 간 협상이 무역 긴장 완화를 위한 원칙적 합의의 틀에 불과할 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특히 이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실용과 균형'이 절실한 한국 경제는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파고를 넘어도 '추가 관세·중동 위기'까지 한국 경제호의 위기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대미·대중 수출이 줄고 있는 현실 앞에 G2 관계 사이 헤지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새 정부의 '실용·균형' 전략이 절실하다. (사진=뉴시스)
G2 사이 헤지 전략 '고심'
13일 외신과 기관 등을 분석을 종합하면 대미·대중 수출이 줄고 있는 만큼, G2 사이에서 헤지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새 정부의 '실용·균형' 전략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앞서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중 간 '2차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 면허를 6개월 복원키로 합의하면서 양국 무역 협상은 일단락된 바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 유학생을 허용하는 안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단기적 갈등 완화에 불과할 뿐,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가 거듭되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무역 긴장 완화를 위한 원칙적인 합의의 틀에 도달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합의도 안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양국은 지난달 일시적 관세 유예를 합의한 후 불과 며칠 만에 상대방이 이를 파기했다고 주장하는 등 갈등이 심화됐다"며 "이번 합의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른 기관의 분석에서도 트럼프는 경제적 영향을, 시진핑은 정치적 타격을 우려로 양측 간 인식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양국 관계의 인식 변화가 없을 경우 위태로운 휴전 상태는 지속될 우려가 있다는 진단입니다.
더욱이 15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가 중국 견제 흐름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중국 측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지난해 중국 외교부는 G7 지도자들을 향해 "국제 평화를 저해하고 있다. G7이 행동을 반성하고 진로를 바꿔야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중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로드맵을 연내 수립하기로 했다며 G7의 핵심광물 분야 초안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미·중 갈등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실용과 균형' 전략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존 햄리 소장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과 빅터 차 한국석좌 및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한국의 G7 회원 자격 확대를 주장한 상태입니다.
가장 큰 경제를 갖고 있는 기술 및 문화 강국이라고 표했으나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안보 협력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안보 레버리지 기조 확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국책기관의 한 연구원은 "G7 사이 헤지 전략을 펼칠 수 있을지 '실용과 균형' 전략의 셈법은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다. G7 찍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참석' 여부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며 "대미·대중 수출이 줄고 있는 현실 앞에 절묘한 줄타기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될 때"라고 언급했습니다.
지난 4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추가 관세·중동 위기까지 '가중'
트럼프의 추가 관세 위협도 악재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25% 부과 중인 자동차 관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하는 철강에도 관세 부과 압박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철강 함량 파생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해왔습니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추가 관세는 오는 6월23일 적용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기업·협력사 대표·임원과 긴급 점검회의에 나서는 등 대응 방안 모색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등 중동 위기발 후폭풍도 예사롭지 않을 전망입니다.
공습 소식에 8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9.66% 오른 배럴당 76.06달러에 거래됐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무력 충돌의 중동 전역 확대 등을 고려할 경우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대중동 수출 비중(2024년 기준 수출의 2.9%)은 크지 않지만, 유가와 물류비 상승 등을 통해 우리 수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유관부처·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해가면서, 수출·해상물류 등의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창현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국내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국내 석유·가스 비축 현황 등 비상 대응 계획을 점검했다"며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와 가스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 중동의 상황은 우리 에너지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국민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신속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일 서울 시내의 주유소에 운전자가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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