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프랑스에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있다면 우리나라 서천 장항에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자리해 있습니다. 해양생물자원 1만 여종, 60만점을 보유·관리하고 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물다양성 보전'의 본연의 임무와 함께 해양생명자원 정보의 표준화, 국제적 연계 등 설립 10년을 맞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17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수장고를 찾았을 때는 5m가 넘는 대형 돌묵상어 박제가 자리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17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보존연구동 내 수장고를 방문, 박제한 돌묵상어가 놓여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돌묵상어 박제, 수장고 포화상태
해당 돌묵상어는 3년 전 주문진 앞바다에서 그물에 혼획된 종으로 해양경찰로부터 연구 목적 인계를 받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옮겨진 바 있습니다. 수장고는 해양생물 다양성과 가치를 보존하고 연구하기 위한 대표적인 해양생물자원 보존 시설입니다.
해양생물 표본과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 분류, 보존해 미래 세대와 연구자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온도, 습도, 조도 등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해양생물 표본, DNA와 같은 유전자원, 학문적 가치를 지닌 희귀 표본을 안전하게 보존합니다.
추출물과 유전자원, 표본 또는 배양체로부터 추출된 해양생물 1만2082종과 총 57만6520점의 자원을 보유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죽은 개체여도 연구목적의 생물과 박제는 얘기가 다릅니다.
해양생물 연구에서 표본은 각 개체의 생물학적, 유전적 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어 이들의 형태, 유전적 다양성, 생리적 특성 등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종의 분류와 진화 과정, 서식지 특성 등 해양생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연구, 교육, 보존 등의 목적으로 수집된 해양생물의 실체가 바로 박제되는 순간 해양생물자원 보존과 연구 목적의 가치는 상실된 관람용일 뿐입니다.
수집한 표본은 분류학적 검증을 마친 후 수장고로 옮겨지기 전 부패와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히 처리합니다. 예컨대 작은 생물은 알코올·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보존액에 넣어 보관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유전자 연구에 필요한 경우 알코올이나 급속 냉동 보관도 이뤄집니다.
이러한 과정이 표본의 원래 상태를 유지, 연구에 적합하도록 하는 중요한 단계로 꼽습니다. 하지만 돌묵상어 표본은 왜 바로 박제가 됐을까요. 생물학 연구의 기초 보고이자 표본을 보관, 보존하는 수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길이도 5m를 넘다보니 유리 속 액체에 담긴 다른 표본들과 달리 보존, 보관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지난 2015년 4월20일 개관한 해양생물자원관의 수장고는 총면적 3748㎡로 수상시설 13개실을 보유하고 있지만 90% 이상의 포화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장 관계자는 "추가적인 수장고 시설 설치와 관련한 정부 예상 증액을 요청했지만 여러 현안에 밀려 지난 예산심의과정에서 반영이 안 된 것으로 안다"며 "우리 바다의 생물을 국가가 기록하고 보존해야 우리 생물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가 먼저 확보해 두지 않으면 이익을 요구할 수 없고 주권도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했습니다.
김종문 해양생물자원관 경영관리본부장은 "수장고가 있는 보존 연구동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며 "주어진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더 확장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전 연구동 설립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17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전시관 씨큐리움과 교육관을 방문, 어린이들의 바다에 대해 호기심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종복원·해양바이오산업 징검다리·교육 서비스↑
특히 해양생물 보전의 중요성은 197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해양생물 개체군이 평균 49% 감소(세계자연기금, 런던동물학회 발표))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해양생물 종복원은 사라져가는 해양생물을 다시 자연에 되살리는 일로 인공 번식과 방류, 서식지 회복, 생존 모니터링 등의 연구와 궤를 함께합니다.
실제 희귀 갑각류 갯게를 인공 증식, 방류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멸종위기로 내몰린 연산호를 인공 증식해 제주 해안에 방류하는 것도 해양생태계의 균형 회복과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때문에 해양생물자원관은 수장고 증설과 2027년 경북 영덕 해양생물종복원센터 개관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무엇보다 해양바이오 산업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체입니다.
해양바이오산업 징검다리인 해양바이오뱅크는 기존 화장품, 항생제, 대사질환 소재 뱅크에 이어 2028년 항바이러스 소재 뱅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하나인 암 치료제 개발과 신종 감염병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겁니다.
이대성 해양생물자원관 해양바이오산업화본부장은 "해양바이오뱅크에 이어 해양 바이오와 첨단기술의 만남, 활용성도 극대화하는 등 합성생물학 육성법은 2026년 시행 예정"이라며 "또 국내 바이오 기업 해외시장 진출지원을 위해 국제박람회 참여비용 지원, 수출 컨설팅, 국제인증 지원, 임상시험 (CRO) 분야 지원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씨큐리움 연계의 해양생물 교육관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으로 통합니다. 그럼에도 어린이 견학 요청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 대국민 서비스 차원과 생물 주권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교육관 서비스 확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김현태 해양생물자원관장은 "해양생물 표본의 디지털 아카이빙, 공해 해양생물다양성 협정 발효를 대비할 것"이라면서도 "서천을 기반으로 하는 해양생물 교육 협력체계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지역교육지원청 협업 교육과정 브랜드 개발, 미래해양인재 양성 위해 늘봄학교, 고교학점제, 진로 탐색 프로그램 운영 등 다각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현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은 17일 해양수산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실물 표본의 디지털 전환 및 기술 표준화로 국가자산의 영구적 보존과 손상·소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양생물 표본의 디지털 아카이빙'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서천(충남)=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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