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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23일 17:0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MBK파트너스가 bhc를 인수한 지 7년 만에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막대한 배당금으로 일부 투자금을 회수한 가운데, MBK파트너스의 첫 투자부터 회수까지 걸린 평균 기간이 6년 내외임을 고려하면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bhc를 인수한 이후 7년간 총 6237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428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496억원, 2020년 406억원, 2021년 750억원, 2022년 1568억원, 2023년 1358억원, 2024년 1220억원이다.
MBK파트너스가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bhc에 총 7182억원을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배당만으로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한 셈이다. bhc는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에 오른 후 이익잉여금의 대부분을 배당에 쓰고 있다.
bhc치킨(사진=다이닝브랜즈그룹)
기업가치 6800억원에서 2조원대로 ‘훌쩍’
MBK파트너스는 bhc 최대주주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의 지분 45%가량을 확보한 이후 매년 몸집을 키워왔다. 2021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인수하면서 이듬해 bhc그룹 연결 기준 매출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원대에 진입, 교촌치킨을 제치고 업계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24년에는 ‘글로벌 종합외식기업’을 목표로 사명을 다이닝브랜즈그룹으로 변경했다.
2018년 6800억원으로 평가되던 다이닝브랜즈그룹(bhc그룹)의 기업가치는 2조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식음료(F&B) 업계의 일반적인 EBITDA 멀티플은 10배 안팎이지만, 2020년 캐나다연금(CPPIB)이 투자하면서 재책정한 기업가치는 1조8150억원으로 당시 EBITDA 13배가 적용된 바 있다. 투자 원금을 고려하면 MBK파트너스는 2~3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의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는 치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bhc는 ‘업계 1위’ 자리가 위태해졌고,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MBK파트너스의 '원가 절감' 경영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통상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한 뒤 투자를 줄이고 이익은 크게 늘리는 식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한 뒤 매물로 내놓아 고점에 엑시트하는 전략을 택한다.
실제로 bhc는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뒤 국내산 닭고기가 아닌 브라질산 닭고기로 바꾸는 등 원가 절감에 나섰다. 브라질산 수입 냉동육 가격은 국내산 닭고기의 3분의 1 수준에서 반값 정도다. bhc는 주요 경쟁업체들과 달리 매년 2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수익성 면에선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최고 수준이다. bhc를 비롯해 BBQ, 교촌 등 빅3 가운데 지난해 bhc만 영업이익률은 26.1%로 20%를 넘겼다. BBQ 15.6%, 교촌 3.2%과 비교해 최대 20%p 넘게 차이가 난다.
다만 지난해 bhc는 업계 2위 BBQ와의 격차가 100억원 이내로 좁혀지면서 순위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bhc는 지난해 별도 기준 5127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5356억원) 대비 4.3% 줄어든 반면 BBQ는 같은 기간 매출 5032억원을 기록해 6.3% 증가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도 지난해 매출이 4306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줄었고, 영업이익은 559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가까이 급감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bhc의 인수 이후 원가 절감에 따른 품질 저하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매물 넘쳐나는 F&B 업계…해외시장 '돌파구'
F&B 업계에선 다이닝브랜즈그룹이 지난해부터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것도 엑시트를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M&A 시장에는 KFC코리아와 명륜진사갈비, 런던베이글뮤지엄, 버거킹, 노랑푸드, 한국피자헛 등 다수의 F&B 기업들이 매각을 추진하며 매물로 나와있지만, 확장성 한계로 인해 해외 시장 진출 없이는 매각이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 침체로 외식 수요가 위축되면서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매각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B 업계 관계자는 "매물은 많이 나와있지만, 새 주인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며 "수익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갖춘 매물이 실제 매각으로 이어지고 있고, 원가 부담이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해외 시장 공략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은 국내 F&B 브랜드들은 단기간에 매각이 쉽게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GGS(bhc 지주사)의 신임 대표이사로 송호섭 bhc 대표를 선임한 이유도 해외 시장 공략에 적임자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송 대표는 기존 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 그치지 않고 대만·태국·인도네시아까지 매장을 열면서 아시아권에 'K-치킨' 알리기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였다.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 토론토 등 북미지역까지 확장에 나서면서 글로벌 외식 기업으로 성장하는 초석을 다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bhc는 송 대표 취임 이후 국내 매장은 2023년 2271곳에서 지난해 2212곳으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해외매장은 10곳에서 20곳으로 늘었다. 엑시트 시점이 다가온 MBK파트너스가 M&A 시장에서 ‘수요 있는’ 매물로 내놓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다이닝브랜즈그룹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한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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