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우리나라처럼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제한 정책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을 두고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가계부채 총량 규제에 매몰돼 각 규제를 빈번히 조정하면서 정책 일관성이 없고 정작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대출 규제로 주택 수요를 전방위적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금융사 자율 심사에 일정 부분 맡겨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LTV와 DTI, DSR 등 대출 제한 규제를 동시에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홍콩, 캐나다, 싱가포르 등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경우 대출 심사 때 소득 대비 변제율 기준을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 LTV에 별도 제한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의 안정 여부에 따라 개별 금융기관이 위험 관리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대출 심사의 핵심이 담보 자산보다는 차주의 상환 능력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금융기관 자율에 따라 일반적으로 80~90% 수준까지 대출을 내줍니다. 소득이 충분하다면 일부 은행에 한해 10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가 2024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주택담보대출자 중 25.3%는 LTV 90~100% 구간에 해당하며 14.3%는 10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도 LTV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세금 차감 전 총 연간소득 등 LTV 기준을 충족해 대출을 내주더라도 향후 3년간 차주의 상환 능력을 평가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LTV와 DTI 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국가도 상당수입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 실수요자에게는 LTV 비율을 높게 적용하고, 기존 주택 보유자나 투자 목적 대출자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생애 최초 구입자에 대해 LTV를 최대 95%까지 허용하되 기존 주담대를 대환할 경우 80%로 낮추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LTV를 최대 100%까지 허용하면서도 이자만 상환하는 거치식 대출에는 50%로 제한합니다. 싱가포르는 주택 보유 수나 연령에 따라 LTV를 35~75%로 차등 적용하며, 대출을 반복할수록 비율을 낮추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문가 대다수, 주택대출 규제 완화 요구
전문가들은 과도한 주택금융 규제 강화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제언했습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을 모든 주택에 쓰고 있는데 그런 사례를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금융사 건전성을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면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상환 능력이나 리스크를 심사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특임교수는 "부동산 대출 규제는 선별적 맞춤형 정책으로 가야한다.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할 기회를 쥐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 서민들에게 대출을 열어주고 금리가 올라갈 때 다주택자 대출을 막아야 하는데 지금은 이 순리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행 규제인 LTV와 DTI, DSR 비율을 조정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LTV의 경우 지역별로 투기과열지구나 차주별로 DSR을 적용하는 등 실질적으로 차등 적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필요한 규제"라면서도 "다만 시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한시적으로 조율할 필요는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높아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당국의 시각이 잘못됐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이혜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상대적으로 LTV 규제가 강한 한국은 오히려 주택 구입 목적 가계대출 비중이 글로벌 평균보다 낮다"며 "가계부채 위험은 시살상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자영업자 대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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