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8월31일 검찰로 송치된 이후 600일이 넘도록 검찰 조사도 없이 담당 검사만 5번 바뀐 사건이 있습니다. 김건희씨만 슬쩍 빠져나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말하는 거냐고요? 아닙니다. 정권의 핵심인사가 수사대상에 오른 그런 사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줄곧 정권과 불편한 관계의 언론사였던 <뉴스토마토> 이야기입니다. 본지는 '천공의 대통령 관저 개입 의혹'을 제기해 대통령실로부터 고발됐고, 2023년 8월1일 검찰에 송치됐지만 604일 동안 담당검사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입니다.
앞서 본지는 2023년 2월2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남영신 육참총장 '천공·김용현, 공관 둘러봤다' 말했다">라는 제목으로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키로 했을 때 무속인 천공이 용산구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육군본부 서울사무실을 둘러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는 부 전 대변인(현 민주당 의원)과의 수차례 인터뷰, 복수 관계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본지 보도 직후 대통령실은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했습니다. 의혹 기사가 보도된 이튿날인 지난해 2월3일 대통령실은 기사를 쓴 기자 3명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이 현직 기자를 고발한 첫 사례입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천공 관련 의혹은 백재권 교수를 천공으로 착각한 것'이라며 본지 기사를 허위로 결론짓고, 기소의견을 달아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겼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출석' 요구조차 없었습니다. 부승찬 의원, 김종대 전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이 자그마치 600일이 넘었습니다. 그 600일 동안 김건희씨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터졌고, 윤석열정부는 의정갈등을 촉발시켰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2024년 새해에 부산에 갔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정치권·언론계 인사 3000명의 통신정보를 조회해 파문을 일으켰고, 중앙지검은 명품백 수수 의혹과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김건희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황제 조사'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의혹이 새로운 의혹의 뿌리가 되어 또다른 의혹을 낳더니 급기야 윤석열씨 부부가 22대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초대형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뉴스토마토>에 의해 '명태균 게이트' 문이 열린 겁니다. 특히 윤씨는 2024년을 12월3일 계엄을 선포하고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다가 탄핵, 파면되어 자연인으로 돌아갔습니다.
<뉴스토마토>는 대통령실로부터 고발된 덕에 대통령실의 일거수일투족에 더 관심을 갖고 윤씨 부부를 감시할 수 있었습니다. 전화위복이 된 겁니다. 그나저나 검찰은 왜 600일 동안 검사를 5번이나 바꾸면서까지 이 사건을 그냥 두고 있을까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검찰을 칭찬해야 하나 싶습니다. 명색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집권한 정권의 고발인데, 검찰은 대통령실에 맞서며 사건을 차일피일 지연시킨 셈이기 때문입니다.
최병호 공동체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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