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이하, 이재명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과 공동 저서 ‘잘사니즘, 포용적 혁신성장’을 통해 ‘3·4·5 성장 전략(3% 잠재성장률, 세계 4대 수출 강국,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을 핵심 경제 정책으로 발표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이재명후보가 ‘먹사님즘(기본적인 삶)’을 넘어 ‘잘사니즘(가치중심 삶)’으로 전환하였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내용은 많지 않다. 다만 ‘잘사니즘, 포용적 혁신성장’에서는 AI·바이오·콘텐츠&문학·방위산업·에너지·공장·글로벌 등 7개의 핵심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후보는 특히 ‘AI 100조원 투자 시대’를 언급하며 대통령 직속 기구 개편과 전문 인재 양성 및 인공지능 챗봇 무료화 등을 통해 ‘AI 기본사회’를 구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는 지난 3월 유튜브 채널에서 밝힌 바 있는 ‘K-엔비디아’ 구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밖에도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국내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마더팩토리(Mother Factory) 전략, 기후위기에 대응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방안도 눈에 띈다. 이재명후보는 이러한 경제 정책을 ‘K-이니셔티브’로 명명했다. K-이니셔티브는 과거 부동산 등 지대추구에 기반한 불균형 성장 방식에서 AI 등 혁신기술을 이용한 포용적 성장 방식으로의 전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별될 뿐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정책으로 판단된다.
이른바 ‘포용적 혁신성장’은 AI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정부 주도의 투자와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경제적 과실을 국민 모두가 포용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분배기제의 구축으로 정리된다. 여기서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핵심적 개념은 ‘포용과 혁신’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흔히 경제 성장 방식은 낙수효과와 분수효과로 설명된다. 낙수효과는 대기업이나 고소득층 등 선도부문이 성장하면 이들의 경제적 과실이 연관부문으로 확산됨으로써 국가 경제 전체가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반면 분수효과는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지출을 증대하면 저소득층의 소비 증가 및 그에 따른 생산과 투자의 증가로 인해 경제가 성장한다고 본다. 이에 따르면 포용적 성장은 분수효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을 공급측면에서 생산요소의 비연속적 결합(△새로운 재화 생산 △새로운 생산 방법 도입 △새로운 시장의 개척 △새로운 공급원의 구축 △독점 조직(시장)의 타파)에 의해 나타나는 급진적 경제 발전 과정으로 설명한다. 즉 슘페터는 공급측면의 혁신에 의해 경제 성장이 촉진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상술한 혁신성장 관련 이론과 이재명후보의 ‘K-엔비디아’ 발언 등을 종합하면 ‘K-이니셔티브와 포용적 혁신성장’은 혁신성장에 따른 경제적 과실이 포용적으로 분배될 수 있는 새로운 낙수효과 기제를 구축하려는 정책 비전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혁신’을 통한 경제 성장은 혁신적 재화나 생산 방법 또는 새로운 시장이나 새로운 공급원이 아니라 그러한 혁신적 재화 등이 어떻게 독점시장에 진입할 수 있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달리 말해 ‘혁신’이 가능한 경쟁시장의 조성이 ‘혁신’ 그 자체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K-이니셔티브를 통한 포용적 혁신성장’의 방향성은 긍정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정책 비전을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혁신의 주체와 대상 그리고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한 정치(精緻)한 고려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트럼피즘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대격변 시대를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는 대선주자와 정치권의 혜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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