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미·중 무역전쟁 패권 경쟁이 심화하자 재계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개발도상국 등 제3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공급망 다변화와 생산기지 확보에 더해 신흥시장 공략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재계는 해당 지역에 경제사절단을 파견하는 한편,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과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이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랭햄 호텔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인니 측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경협)
사절단은 이날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주최로 열린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전략적 협력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번 면담은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정부 및 경제계 차원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공식 교류입니다.
신 회장은 “한국 경제계는 프라보워 대통령이 중점 육성 중인 다운스트림(후공정) 산업,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인도네시아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고자 한다”며 “롯데는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조성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다운스트림 화학제품 생산 역량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절단 기업들은 인도네시아에 이미 총 270조 루피아(약 23조원) 규모의 투자를 완료했는데, 첨단제조업, 광물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가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롯데쇼핑은 유통, 현대차는 전기차 생태계, 한화손해보험은 금융 등 대규모 신규 투자를 준비 중입니다.
또한 사절단은 인도네시아경영자총협회(APINDO)와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과 면담을 갖고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인프라·에너지·배터리 분야에서 공동 투자 등 인도네시아 정부 주도 프로젝트에 적극 협력할 뜻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고율 관세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적 조율과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LG전자 인도네시아 법인을 찾은 조주완 LG전자 CEO. (사진=링크드인)
대표적 글로벌 사우스 지역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인도는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시장으로 꼽혀왔습니다. 앞서 이들 지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온 재계는, 트럼프발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추가 투자를 비롯한 포괄적 협력 강화를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초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법인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글로벌 사우스 지역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신흥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목적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 마련한 생산 거점을 통해 글로벌 물량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 남부 생산공장에 1700억원을 투자해 현지 채용 확대를 늘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포스코그룹도 지난해 인도 최대 철강그룹인 JSW그룹과 현지 일관제철소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 구도 하에서 우리의 공급망 구조와 수출 무역·투자의 안전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체 시장으로 글로벌 사우스의 매력도가 증대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미 관세정책에 대한 완충 시장의 역할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경제 협력의 복합적인 대체 시장으로 가치가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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