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관료 낙하산 제동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연임 적신호
고위 공직자 '민간 이직' 관행 도마
2025-06-27 06:00:00 2025-06-27 08:48:38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정부가 퇴직 고위 공직자의 재취업 관행을 문제 삼으면서 금융경제 관료의 민간 최고경영자(CEO) 이직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의 연임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임 회장은 대표적인 관료 출신 CEO입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정부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퇴직 고위 공무원의 재취업과 관련한 취업심사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공기관의 경우 임원 선임 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제도화하겠다고 했는데요.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 문제가 '금융 개혁' 부문이 아니라 공공기관 '행정 개혁' 부문에서 거론됐지만 민간 금융사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과거에도 낙하산 척결 바람이 불면 민관 구분없이 인사 검증이 강화된 바 있다"며 "금융관료들이 전문가 자격으로 금융사 상임감사나 공기관 수장까지는 맡을 수 있었지만, 피감기관인 민간 금융사 경영진으로 가는 관행은 명분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금융사 지배구조 규범에 특정 출신을 후보로 올리지 말라고 명문화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관료 등 외부후보의 추천 사유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식으로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금융권에서는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제관료 집단을 일컫는 말)로 불리는 금융경제 관료들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정권 교체기마다 이들의 금융권 이직 관행에는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따라붙었습니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 중 관료 출신 회장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행정고시 24회)과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행정고시 31회)이 있습니다.
 
임 회장의 경우 임기가 내년 3월 말까지로, 주요 금융지주사 가운데 임기 만료가 먼저 돌아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민간 금융지주사의 첫 인사인 만큼 금융권 인사의 바로미터가 되는데요. 금융관료의 낙하산 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를 경우 임 회장의 연임도 위태로워집니다.
 
임 회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이 모두 교체되는 과정에서 우리금융 후보군으로 급부상했으며, 전임자와 내부 출신 후보군을 제치고 회장으로 선임된 바 있습니다.
 
국정기획위원회 위원도 임 회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금융관료 출신 인사들의 금융지주 CEO 이직 관행에 대해 강력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을 지낸 금융관료들이 금융권으로 가는 것을 보면 (금융당국의) 수준이 낮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민간 금융사뿐만 아니라 금융공기관과 금융협회 인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치권이나 대선 캠프 인사, 관료 출신들이 수장으로 내려오면서 내부 잡음이 일었습니다.
 
민관 영역의 구분이 불투명한 금융협회의 경우에도 낙사한 인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행정고시 34회)과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행정고시 29회),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행정고시 32회) 등이 기획재정부 또는 금융당국 출신들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공기관은 국정 철학을 이어받아 수행하는 자리이고, 금융협회는 대관 협력이 중요한 자리라는 명분으로 낙하산 관피아나 모피아들이 내려왔다"며 "금융전문성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으로 낙하산 인사라고 낙인찍기는 어렵지만 개연성이 없는 민간 영역의 낙하산 침투는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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