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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28일 13: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펀드(PE·Private Equity) 제도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외국 자본의 대항마를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PE 결성 규모의 증가와 신생운용사 참여 등 경쟁 심화로 투자처 발굴이 어려워지면서 운영비 절감과 비용 효율화를 통한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장성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운영 측면의 가치 제고를 PE 투자의 핵심 역량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IB토마토>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그 과정에서 어떤 부작용이 발생했는지를 되짚고 PE와 피투자기업 간의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가 락앤락을 인수하기 위해 받은 인수금융 만기가 올해 말 도래하면서 그간 축적된 이익잉여금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락앤락은 국내외 공장과 물류센터 등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등을 통해 배당금과 현금을 확보해 왔다. 지난해에는 상장폐지를 단행하면서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이익잉여금을 어피너티가 독식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말 락앤락의 이익잉여금은 5000억원 이상 쌓여 있다.
(사진=락앤락 공식몰)
인수금융 연장 후 당기순손실에도 배당금 지급 시작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락앤락의 이익잉여금은 51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말 3721억원 대비 약 38.94%(1449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익잉여금이란 락앤락이 기업활동을 하면서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누적된 금액으로 배당의 재원으로 사용된다.
락앤락은 지난 2017년 중국계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8년간 약 1365억원 배당금을 지급해 왔다. 앞서 어피너티는 락앤락 지분 63.56%(3496만1267주)를 주당 1만8000원씩 총 6293억원에 인수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 중 약 3750억원을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MBK파트너스와 마찬가지로 외부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레버리지드 바이아웃(LBO)'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5년 만기로 약정됐던 인수금융은 지난 2022년 3년 더 연장됐다. 이 과정에서 연 금리는 4.2%에서 9%로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은 원금은 2800억원으로 줄었으나, 이자가 2배 이상 뛰었다.
금리 부담이 높아지면서 지난 2022년부터는 락앤락의 당기순이익이 적자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830억원, 2023년 151억원의 배당금 지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2년간 지급된 배당금 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981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 기간 락앤락의 최대주주인 컨슈머 스트렝스(CONSUMER STRENGTH LIMITED) 지분율은 2021년 말 67.82%에서 2023년 말 69.64%로 확대됐다. 컨슈머 스트렝스는 어피너티 투자그룹이 락앤락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어피너티는 지난해 투자목적 자회사인 컨슈머 스트렝스가 보유한 락앤락 주식과 자기주식을 제외한 잔여 주식을 또 다른 자회사인 컨슈머피닉스를 통해 전부 취득함으로써 락앤락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이 100%에 달하면서 락앤락은 상장폐지됐다. 이에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이익잉여금을 어피너티가 독식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희망퇴직으로 원가율 낮추고 자산매각으로 현금 확보
지난해 4월 락앤락 상장폐지가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사업장 대상 희망퇴직도 단행됐다. 원가율을 줄이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지난 2021년 이후 지속적인 매출 감소가 이어졌음에도 원가율을 줄이면서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 60.05%, 2023년 64.42%을 기록하던 원가율은 지난해 59.54%로 줄었다. 매출원가는 지난 2022년 3130억원에서 2024년 2762억원으로 11.76% 감소했다.
판관비율은 지난 2022년 39.5%에서 지난해 40.09%로 소폭 늘었지만, 비용으로만 보면 같은 기간 2059억원에서 1860억원으로 9.66% 줄었다. 앞서 락앤락은 생산효율 제고와 비용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지난 2021년 말 아산 공장과 물류센터 등을 매각한 데 이어 2023년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생산시설인 안성공장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이외에도 락앤락은 베트남과 중국 등 해외 공장을 매각해 배당재원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안성공장 노동자 150명에 대한 희망퇴직이 단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서울사업장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에 지난해 영업비용 중 종업원급여는 829억원으로 줄었다. 앞서 종업원급여는 지난 2021년 903억원, 2022년 912억원, 2023년 933억원으로 900억원대를 유지해왔다. 2021년 말 534명에 이르던 임직원수도 지난해 말에는 279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소속 외 근로자 수는 26명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기타영업외수익이 569억원 발생하면서 당기순이익이 28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는 주식이나 채권을 취득하고 그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이자수익이나 배당금수익, 그밖에 유형자산이나 단기 투자자산 등을 처분해 발생한 수익 등을 의미한다.
락앤락의 연결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유·무형 자산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 2022년 1799억원이던 유형자산은 2023년 1541억원, 2024년 499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3년새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기간 무형자산도 161억원, 137억원, 89억원으로 감소했다.
락앤락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 외에도 자산처분관련손익 증가와 종속기업 처분이익 증가, 전기 손상차손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약 687억원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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